매일신문

유별난 2008년…사상 최대의 기록

올해만큼 '사상 최대'라는 수식어가 많이 쏟아져 나온 적이 있을까? 원유 가격의 폭등과 곡물을 비롯한 대부분 원자재 가격이 급등락을 거듭하는 가운데 뉴욕발 금융위기까지 터지면서 세계 경제는 '사상 최대'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대명제가 무색해질 정도로 한치 앞을 예측하기 힘든 거센 파고가 거듭 몰아쳤다. 대한민국, 아니 전 세계는 '사상 최대'의 글로벌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을까. 휘청거린 2008년 한 해를 돌아본다.

◆춘(春)=2008년 새해 둘째 날부터 조짐은 좋지 않았다. 주식시장은 개장 첫날(1월 2일) 작년 폐장지수 대비 43.68포인트 하락한 1,853.45로 장을 마쳤다. 이날 코스피지수의 하락폭은 개장 첫날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였다. 2007년 12월 19일 치러진 청도군수 재선거는 지방자치제 도입 이후 사상 최대 선거사범을 양산한 금권선거로 기록됐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경북경찰청은 전체 사법처리 대상자가 1천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2월 14일 발표했다. 4월 들어서는 '옥션 해킹' 사건이 터졌다. 2월 초 해킹사고로 개인정보 유출 회원 수가 1천만명을 넘어섰는데 이 역시 사상 최대 규모다.

올 초만 해도 우리나라 경제는 잔치판이었다. 국내 증권사는 2007회계연도(2007년 4월~2008년 3월)에 증시 호황과 펀드 판매 호조에 힘입어 사상 최대 이익잔치를 벌였다는 소식이 4월 18일에 전해졌다. 5월에는 손해보험사들이 사상 최대 순이익을 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아울러 5월 무역수지가 10억3천만달러 흑자를 내면서 2007년 12월부터 시작된 무역적자 행진이 6개월 만에 종지부를 찍었다. 수출액과 수입액 모두 3개월 연속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선박은 단일품목 기준으로 사상 최대 수출액인 49억달러를 달성, 2006년 11월 반도체가 세운 39억4천만달러 기록을 갈아치웠다.

◆하(夏)=그러나 하반기 들어서며 경제지표가 급격히 어두워졌다. 한국은행이 6월에 발표한 국민소득 통계에 따르면, 전체 교육비 규모는 1/4분기에만 무려 7조3천752억원으로 전체 가계 소비지출에서 6.1%를 차지했으며, 1/4분기 기준 사상 최대 규모로 나타났다. 고유가 때문에 생산과 소득 사이의 격차가 사상 최대로 벌어졌다.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5.8%(작년 동기 대비)로 실질 국내총소득(GDI) 증가율인 0.2%와 5.6% 포인트 차이를 기록했다. GDP와 GDI의 격차가 벌어진다는 것은 열심히 생산해봤자 교역조건을 감안하고 나면 실제 국민 호주머니로 들어오는 소득이 없다는 의미. 1차 오일쇼크가 있었던 1974년이나 2차 오일쇼크 당시인 1980년보다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유가 파장은 계속됐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원유 수입액이 늘어나면서 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국민총소득(GNI) 대비 수입 비중은 53.3%를 기록했는데 이는 1970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최고 수준이다. 우울한 상황 속에서 그나마 베이징 올림픽은 국민들에게 '반짝 기쁨'을 줬다. 대한민국 대표단은 금메달 13개를 따면서 1988년 서울과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12개 기록을 넘어 사상 최다 금메달을 수확했다.

◆추(秋)=가을로 접어들며 불안감을 주는 '사상 최대' 기록들이 쏟아졌다. 미국 금융위기로 불안심리가 가중되면서 9월 1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12월 인도분 금값이 사상 최대폭으로 급등했다. 9월 하순 리먼 브러더스 사태가 터지면서 미국 정부는 금융시장 위기 극복을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인 7천억달러의 공적자금 투입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 우려와 달러 약세까지 겹치면서 국제유가도 사상 최대폭으로 급등했다. 9월 22일 10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16.37달러(15.7%) 오른 120.92달러로 마감됐다.

한국 경제도 본격적인 경고등이 켜졌다. 한국 경제의 희망이었던 수출마저 흔들렸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 중 국제수지 동향'에 따르면 경상수지는 47억1천만달러 적자로 1980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사상 최대 규모였다. 이후 증시는 유례없는 등락폭을 보였다. 10월 16일 코스피지수는 경기침체 가시화 조짐과 원·달러 환율 폭등 때문에 무려 126.50포인트(9.44%)나 폭락한 1,213.78까지 내려앉아 사상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같은 날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7~9% 폭락하며 1987년 10월 '블랙먼데이' 이후 최악의 하루를 기록했다. 그러나 10월 30일 코스피는 다시 사상 최대폭으로 폭등하고 원/달러 환율이 환란 후 최대 폭으로 내렸다. 한-미 간 300억달러 통화 스와프 협정 체결, 10월 경상수지 흑자(10억달러 이상), 미국 기준금리 0.5% 포인트 인하 등의 효과였다.

◆동(冬)=대구에서는 11월 하순 피해액 4조원에 가까운 사상 최대 규모의 다단계 피해사건이 발생했다. 영남에서만 1조9천억원대의 피해가 있었다고 보도됐으며, 이후 구미에서 2천억원가량의 추가 피해가 확인됐다. 12월 들어서는 미국 월스트리트에서도 사상 최악의 금융 사기사건이 터졌다. 버나드 매도프(70) 전 나스닥증권거래소 위원장이 벌인 폰지사기(Ponzi Scheme·고수익을 미끼로 투자자들을 끌어들인 뒤 나중에 투자하는 사람의 원금으로 앞사람의 수익을 지급하는 다단계 사기수법) 피해규모는 최소 500억달러로 추정된다. '사상 최대'의 대미는 국회가 장식했다. 지난 14일 국회는 사상 최대 규모의 감세안을 담은 세법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당초 감세안 규모는 2009년 기준으로 10조3천억원이었지만 헌재 결정에 따른 종부세 감면과 저소득층을 겨냥한 추가 감세 등을 합쳐 내년에만 15조6천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최대 규모의 감세인 만큼 과연 경기 부양 효과도 최대일지는 다가올 2009년에 지켜봐야 할 일이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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