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중기의 필름통] '돈 잔치'는 이제 아듀~

소지섭 주연의 '영화는 영화다'가 올해 가장 '짭짤했던' 영화로 조사됐다.

투자대비 매출지수 13.6. 1억 원을 투자했을 때 13억6천만 원의 매출을 거뒀다는 얘기다. '영화는 영화다'는 지난 9월 11일 개봉해 132만 명을 동원했다. 누적 매출액은 89억 원. 순제작비 6억 5천만 원이었다.

'영화는 영화다'는 올해 힘든 영화판에 가장 빛나는 영화였다. 시나리오도 짜임새가 있었고, 연출도 끝까지 긴장감을 잃지 않았다. 특히 두 주연배우 소지섭과 강지환의 연기 대결도 불꽃이 튀었다.

영화배우가 되고 싶은 깡패(소지섭)와 깡패처럼 제멋대로인 영화배우(강지환)가 실제 격투로 액션영화를 촬영하는 '영화 속 영화' 이야기다. 어설픈 액션이 아니라 실제 격투를 벌이며 영화를 찍고 최후의 승리자가 영화의 결말도 차지한다는 줄거리다.

최근 깡패영화, 또는 액션영화의 허점에 대한 조롱으로 시작해 결말까지 한 치의 허점도 보이지 않고 드라마틱하게 끌고 간다. 특히 처음부터 끝까지 초심(初心)을 잃지 않은 소지섭의 깡패연기가 사실적이며 인상적이다. 자칫 어설픈 우정으로 변질될 것을 영화는 관객에게 아부(?)하지 않고, 끝까지 힘 있게 밀어간다.

거대 자본투자도 받지 못했고, 대형 배급사의 라인에도 끼지 못했고, 병역을 마친 소지섭이 의욕적으로 출연을 하지 않았다면 유명배우도 없었을 영화지만, 관객들의 입소문 하나로 흥행에 대성공했다.

'영화는 영화다'의 흥행성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우리영화의 배급은 대형 유통할인점의 행태와 비슷하다. 동네 구멍가게가 망하는 바람에 대형화된 할인점만 남았듯이, 영화도 대형 배급사의 손을 거치지 않으면 관객을 만날 길이 없다. 정형화된 상품만 납품되듯이, 영화 또한 팔릴 만한 작품만 선별된다.

그 선별되는 과정에서 독립영화나 저예산영화, 마케팅 여력이 없는 영화들은 도태되기 일쑤이고, 관객들에게 보여 지는 영화는 소재만 다를 뿐 '조미료 냄새 진동하는' 비슷비슷한 스타일의 영화가 대부분이었다. 결국 볼만한 영화 없다는 소리를 들으며, 관객들의 외면을 받게 된 것이 최근 한국영화 불황의 요지다.

할리우드 영화는 층이 넓기로 유명하다. 흥행을 노린 초대형 블록버스터와 함께 작품성 있는 영화도 제작되고, 최하층 영상물인 싸구려 포르노도 여전히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고 보면 한국영화의 층은 너무 얇고, 관객이 선택할 수 있는 기회도 적은 편이다. 이제 몇 백억 짜리 영화보다 10억 짜리 이하의 좋은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영화 제작비의 절반이나 되는 '마케팅 잔치' '돈 잔치'도 이제 '아듀~' 했으면 좋겠다.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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