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복거일의 시사 코멘트] 자유주의에 대한 도전

올해는 우리에게 무척 혼란스럽고 어려운 한 해였다. '외환 위기'를 겪었던 1997년보다 훨씬 혼란스럽고 어려웠다. 그때는 위기가 동아시아의 몇 나라들의 경제에 국한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나라들에 대한 수출로 경제 위기에서 비교적 빠르게 벗어날 수 있었다. 이번엔 위기가 훨씬 넓고 깊다.

좌파 정권들이 우리 사회에 사회주의적 정책들을 많이 도입한 터라, 우파 정권의 집권은 상당한 사회적 혼란과 저항을 예고했다. 불행하게도, 좌파의 저항에 몇 가지 우연들이 겹치면서, 뜻밖으로 큰 사회적 혼란이 나왔다.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반대하는 시위는 대통령 퇴진 운동으로 변질되어 온 나라를 흔들었다.

현 정권이 국내 상황을 채 추스르기도 전에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 위기가 온 세계의 경제 위기로 확산되었다. 1930년대의 '대공황'에 버금가는 불황이 되리라고 예측되므로, 해외 교역에 크게 의존하는 우리로선 무척 걱정스럽다.

이처럼 올해 우리는 나라 안팎으로 위기를 맞았다. 그리고 그런 위기들은 궁극적으로 자유주의에 대한 도전이었다.

현 정권을 여러 달 마비시킨 거센 시위를 이끈 세력은 현 정권이 추진한 자유주의 정책들에 반대했다. 그들은 선거를 통해서 잃은 것들을 시위를 통해 얻으려 했다. 현 정권의 비겁하고 비효과적인 대응 덕분에 그들의 기도는 성공할 뻔했다. 현 정권은 시위대의 부당한 요구들을 번번이 들어주었고 그 과정에서 법의 지배라는 기본 원칙은 큰 상처를 입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내세운 자유주의적 개혁도 운동량을 크게 잃었다.

세계적 경제 위기가 자유주의에 대해 제기하는 도전은 훨씬 강력하고 근본적이다. 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번 경제 위기가 자유주의의 논거를 크게 허물었다고 주장한다. 자본주의의 상징인 미국 금융 산업에서 위기가 시작되었으므로, 그들의 주장은 그럴듯하게 들린다.

이런 도전들에 대해서 자유주의자들은 자신들의 이념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가? 이 일에서 자유주의자들의 가장 든든한 자산은 사실이다. 사실만이 전체주의자들의 선동선전에 맞설 수 있다. 역사는 자유주의가 다른 이념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거듭 보여주었다. 전체주의를 고른 나라들은 모두 압제적이고 가난했다. 자유주의자들은 그런 교훈으로 자유주의의 적들이 내놓은 그른 주장들에 맞서야 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의 논거는 광우병의 위험이었다. 그러나 그 위험은 좌파가 장악한 대중매체에 의해 터무니없이 부풀려진 것으로 드러났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한 자유주의 정책들에 대한 반대도 논거가 약하다.

금융 위기의 원인이 주로 시장의 실패라는 진단도 그르다. 책임을 따지자면, 정부의 실패에 무게가 실린다. 사람들의 탐욕이 문제를 일으켰으므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인간의 본성은 그대로인데, 갑자기 탐욕이 문제가 될 리 없다. 감시하는 자들은 누가 감시해야 하느냐 하는 문제도 그대로 남는다.

내년은 자유주의자들에게 힘들고 바쁜 해가 될 것이다. 자유주의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는 사람들을 다독거리고 자유주의적 개혁에 운동량을 보탤 길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힘든 과제지만 사회의 발전과 시민들의 자유가 거기 달렸다.

소설가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