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게 '사계'는 흔히 비발디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편안한 선율만큼이나 연주나 드라마 삽입곡으로 자주 접하는 곡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같은 제목의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소품 '사계'를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차이코프스키 음악은 발레곡을 빼곤 격정적인 면이 강하다. 연주만 들을 경우 피아노의 담백하고 간결한 여백을 살린 선율이 차이코프스키 곡일 것이란 생각을 쉽게 하지 못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12개의 성격적 소품'이란 부제가 붙은 차이코프스키의 사계는 1876년 한 출판사의 청탁으로 작곡됐다. 음악 잡지 누벨리스트(Nouvellist)는 1876년 1월부터 12월까지 매달 한 곡씩 계절 분위기에 어울리는 시를 선택해 차이코프스키에게 작곡을 의뢰했다. 그는 시의 분위기를 피아노 소품으로 담아냈고, 이 곡들은 매달 잡지 부록으로 발간됐다. 러시아 시를 기초로 한 작품인 만큼 서유럽 작곡가들에게 들을 수 없는 러시아 특유의 민요적 선율과 슬라브 정서가 배어 나온다.
30일 차이코프스키의 사계를 시 낭송과 함께 들을 수 있는 특별한 음악회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이 공간울림에서 열린다. 특히 이번 공연에선 차이코프스키 음악원에서 최고 연주자 과정을 마친 러시아 유학파 피아니스트 배철우가 나서 차이코프스키의 낭만을 연주할 예정이다. 그는 예프게니 말리닌 등 러시아 정통파 출신 교수를 통해 러시아 음악 정서를 익힌 후 독일과 폴란드, 프랑스 등 서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했다. 런던국제콩쿠르 3위와 리스트국제콩쿠르 특별상 등을 수상하며 한국에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시 낭송은 독일철학 및 문학을 전공한 경일여고 정찬호(독문학 박사) 교사가 맡았다. 그는 계명대와 울산대 등에서 독문학을 강의해오고 있다. 실제 차이코프스키가 듣고 작곡했던 바로 그 시를 만날 수 있다. 단 이해를 돕기 위해 독어로 번역된 시를 낭독한다. 영상을 통해서 해석과 러시아의 이미지가 전달될 예정이다. 러시아 음악과 문학을 만날 수 있는 독특한 송년회 음악회가 될 전망이다. ▶공연안내=30일 오후 8시/공간울림 연주홀(수성구 상동)/5천원~1만원. 053)765-5632.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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