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할 때는 혼을 불어넣어야 합니다."
한국자산신탁의 김대성(55) 사장은 부하 직원들이 올린 기안의 내용이 조금이라도 부실해 보이면 엄하게 야단치고 되돌려 보낸단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10~20년 뒤 자신의 모습을 결정한다고 생각하며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다.
이런 소신이 말단에서 CEO까지 오른 힘이 됐을 것도 같다. 그는 건강 관리를 위해 매일 40분 정도 조깅을 하는데, 이 시간도 그냥 보내는 게 아니라 업무 현안을 정리하는 데 활용한다고 한다. "조깅하는 동안 한가지 사안에 몰입,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습니다."
첫 직장인 성업공사(지금의 한국자산관리공사)에 입사한 것도 남다른 노력의 결실이었다. "대구상고를 졸업하던 1977년, 성업공사 입사를 위해 모교에 추천서를 받으러 갔으나 실력이 모자란다는 이유로 거절당했습니다. 이에 오기가 생겨 하루 2시간만 자며 입사시험 공부를 했고, 그 결과 1등으로 합격했습니다." 입사 후에도 1년에 한번씩 치르는 연수시험에서 대학을 졸업한 동기들을 모두 앞서 5년간 내리 1등을 차지했다고 했다.
80년엔 직장동료인 백영미(51)씨와 결혼했고 회사의 지원을 받아 대학에도 진학(건국대 경제학과)했으며 이사에 올랐다. 지난 5월에는 한국자산관리공사 측의 추천을 받아 자회사인 한국자산신탁의 사장으로 임명됐다.
김 사장은 임명된 지 7개월밖에 안 됐지만, IMF 사태 때보다 더 어렵다는 상황 속에서도 올해 흑자 결산(180억원 정도로 추정)을 앞두고 있다. 직원 수가 90여명이니 한 사람당 2억원가량의 순익을 내게 되는 셈이다. 이 회사는 부동산 관리·담보·처분 신탁을 전문으로 하고 있으며, 대구경북지역에서도 70여건의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경영 방침에 대해 "조직 내부의 불만을 무마시키기 위해 투명 경영을 선언하고, 영업 조직을 강화하고, 개인 차원에서 수주·관리해왔던 신탁업무도 회사 차원으로 승격시켰다"고 소개한 뒤 "내년 경제상황은 올해보다 더 어렵겠지만 흑자를 자신한다"고 했다.
지역 발전방안을 물었더니 "우선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를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0여년 전만 해도 대구는 3대 도시 가운데서도 국가발전을 선도한다는 자긍심을 가졌었는데, 지금은 5대 도시에 겨우 끼일 정도로 전락해 버렸습니다. 게다가 대구시와 경북도 간에 협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지역발전에 장애가 됐던 경우도 적잖았죠. 지하철 2호선 건설만 해도, 경산으로 연장해야 한다는 게 민원이었는데 경북에 소속된 지역이라고 사월역까지로 끊었던 점은 함께 반성해 봐야 할 사안입니다."
대구에서 대명초교, 경상중을 졸업한 그는 외부인구 유입이 가능한 첨단산업의 유치, 교육문화시설의 확충, 연구기반시설의 유치 등에 주력할 것을 제안했다. "제가 어릴 적 대구는 활기차고 생동감이 넘치는 자랑스러운 도시였습니다. 하루빨리 활력이 넘쳤던 그때로 되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대구 시민들의 저력 정도면 영화(榮華)를 누리는 도시를 다시 만들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서봉대기자 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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