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국민권익위원회에는 경상북도 모 교육청에서 매각 계획을 공고한 어느 폐교 출신의 초등학교 졸업생과 인근 주민들이 학교 안에 있는 명품 소나무를 살려 달라고 하는 이색민원이 제기되었다. 내용인즉 이 학교는 1930년대 초에 세워져 1990년대 후반 폐교되기까지 1천3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유서 깊은 학교로, 학교가 매각되면 수령이 70년 이상 된 소나무가 외부로 반출되거나 제대로 관리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 소나무는 주민들에게는 마을의 상징물이기도 했다. 폐교 매각에 법적인 하자는 발견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민원을 들어주자니 매각을 추진하던 교육청의 입장과 폐교를 사들이기 위해 준비해 왔던 분들의 입장,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사정 등 문제가 한둘이 아니었다.
소나무는 졸업생들에게는 추억의 상징으로, 마을 주민들에게는 정서적인 구심점으로 그 자리에 남아 있게 되었다. 국민권익위원회, 자치단체, 교육청의 관계자와 매입을 추진했던 분들이 대화와 합의를 통해 소나무를 살려낸 것이다. 이 소나무를 보호수로 지정한 후 자치단체에서 폐교 전체를 매입하여 휴양 숙박시설로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 지역은 인근에 국립공원 등 명소가 즐비하지만 마땅한 휴양 숙박시설이 없었던 차에 민원도 해결하고 지역발전도 모색하는 상생적인 대안을 만들어 낸 것이다.
옴부즈맨(Ombudsman)은 이렇듯 국민의 대리인으로서 행정에 대한 시민의 고충을 접수하여 중립적인 입장에서 조정하고, 때론 시정조치를 권고함으로써 시민과 행정기관 양자 간의 문제를 간이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 임명된 사람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옴부즈맨이라는 말은 원래 스웨덴어로 다른 사람의 대리인을 뜻한다. 호민관, 민정관, 행정감찰관 등으로 번역해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스웨덴어 발음 그대로 옴부즈맨이라 부르고 있다. 옴부즈맨은 1713년 스웨덴 북방전쟁에서 패배한 카를 12세가 해외로 도피한 뒤 본국을 원격통치하기 위해 공무원을 감독하고 통솔할 목적으로 국왕의 대리인을 임명한 데에서 유래한다.
옴부즈맨 제도는 행정소송 등 다른 권리구제 제도에 비해 비용부담이 적고 이용절차가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옴부즈맨 제도는 기존 법대로의 방식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대화와 협력을 통해 상생과 화해의 방식으로 해결할 수도 있다. 또한 조사권의 행사와 공표를 통해 행정의 적정성과 투명성을 높임으로써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하는 기능도 수행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오래전부터 학계를 중심으로 옴부즈맨 제도의 도입이 거론되어 오다가 행정쇄신위원회의 제안에 따라 1993년 12월 제정된 '행정규제 및 민원사무기본법'의 한 장으로 국민고충처리위원회가 발족되면서 제도화되었다. 2005년 10월에는 '국민고충처리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대통령소속 위원회로 재출범하였고, 2008년 2월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의 제정과 함께 국가청렴위원회, 행정심판위원회 등 국민권익 보호기관을 통합하여 국민권익위원회로 재탄생하였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국민의 고충민원을 처리하고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며 부패의 발생을 예방하고 부패행위를 효율적으로 규제함으로써 국민의 기본적 권익을 보호한다. 위원회는 이러한 활동을 통해 행정의 적정성을 확보하고 청렴한 공직 및 사회풍토를 조성하여 '억울함이 없는 나라, 깨끗한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
근래에는 옴부즈맨 제도가 간이하고 편리한 분쟁해결 수단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옴부즈맨의 기능이 공공의 영역을 넘어 사적 영역으로 확산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기업의 소비자 옴부즈맨, 신문사의 독자 옴부즈맨 등이 그것이다. 옴부즈맨의 목적과 운영형태가 다양할지라도 기본적으로는 우리의 보편적인 삶의 가치를 보호하고 권익을 확장하고자 하는 것은 같을 것이다. 그리하여, 이제부터 고충이 생기면 혼자 고민하지 말고 친절한 대리인인 옴부즈맨을 찾아보시길 권해 본다.
이연흥 국민권익위원회 민원조사기획과장 부이사관
(국민권익위원회 상담 전화 1588-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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