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옥관의 시와 함께] 두 개의 꽃나무/이성복

당신의 정원에 두 개의 꽃나무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잎이 예뻤고 다른 하나는 가지가 탐스러웠습니다

당신은 두 개의 꽃나무 앞에서 서성거리는 나를 보고

그 중 하나는 가져가도 좋다고 하셨습니다

나는 두 개의 꽃나무 다 갖고 싶었습니다 하나는 뜰에

심고 다른 하나는 문 앞에 두고 싶었습니다

내 다 가져가면 당신의 정원이 헐벗을 줄 알면서도,

허전한 당신 병드실 줄을 알면서도……

당신의 정원에 두 개의, 꽃나무가 있었습니다 두 개의

꽃나무 사이, 당신은 쓸쓸히 웃고만 계셨습니다

당신 앞에서 나는 언제나 철부지입니다. 꼭지가 떨어져라 젖 빨면서도 다른 쪽을 움켜쥐는 젖먹이처럼 나는 늘 철부지입니다. 퍼내도 퍼내도 줄어들지 않을 강물이라 생각했지요. 어느 한때는 무한정 펼쳐져 있는 내일 때문에 한숨을 쉬기도 했지요. 하지만 당신도 늙었고 저도 이제 젊지 않습니다. 날 저물어 어두워져 가는 강물 앞에 당신과 나는 "두 개의 꽃나무"입니다. 이 꽃나무 위에 하도 아까워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시인의 다른 시 한 편을 걸쳐봅니다.

"우리가 헤어진 지 오랜 후에도 내 입술은 당신의 입술을 잊지 않겠지요 오랜 세월 귀먹고 눈멀어도 내 입술은 당신의 입술을 알아보겠지요 입술은 그리워하기에 벌어져 있습니다 그리움이 끝날 때까지 닫히지 않습니다 내 그리움이 크면 당신의 입술이 열리고 당신의 그리움이 크면 내 입술이 열립니다 우리 입술은 동시에 피고 지는 두개의 꽃나무 같습니다"―이성복 「입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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