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분들의 '야구 사랑(?)'이 지나쳤던 탓일까, 아니면 '그까짓 공놀이하는 곳에 아무나 내려보내면 어떠냐'라고 생각한 것일까. 신상우 전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사임한 뒤 신임 총재 인선에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역대 KBO 총재 10명 가운데 박용오 전 총재 외에는 최근 신상우 총재까지 모두 '낙하산'을 탄 정치권 인사였다. 이번에도 정치권 인사가 투하될 가능성이 높다. 프로야구 사장단 회의에서 16일 유영구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을 추대했으나 문체부가 이에 불만을 내비치면서 유 이사장이 22일 총재 자리를 고사한 상황이다.
문체부는 체육 단체장 인선에 있어 문체부와 사전 교감한 후 진행하는 게 관례였다며 사장단 모임에서 차기 총재를 추대한 행위가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입장. 하일성 KBO 사무총장이 모친상을 당한 뒤 17일 관계자가 빈소에 조문을 하면서 그같은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말은 곧 총재 인선에 정권이 개입하겠다는 뜻이어서 야구 팬들로부터 비난을 사고 있다.
어차피 KBO 총재는 사장단 모임에서 의견을 조율하더라도 이사회의 공식 추대를 거쳐 구단 총회에서 선출한 뒤 문체부의 승인까지 받아야 총재의 자격을 갖는다. 그런 데에도 총재 선출의 첫 단계인 사장단 의견 조율 과정에서부터 문체부가 끼어드는 꼴은 외압이 아니라고 설명하기 어렵다. 결국 문체부의 절차상 문제 제기는 구차한 변명인 셈이다.
야구에 애정을 갖고 있고 얼마나 아는지에 전혀 관계없이 김영삼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박종웅 전 국회의원 등 정치권 인사들이 총재 후보로 거론되는 실정이다. 박 전 의원의 경우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 대통령을 밀었으나 이후 자신의 세력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다는 데 불만을 품고 있는 김 전 대통령을 달래기 위해 총재 자리를 주기로 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야구계가 해결해야 할 숙제는 산적해 있다. 낡아빠진 야구장을 새로 지어야 할 곳도 여러 군데이고 돔구장 신축건도 아직 제대로 추진되는 곳이 없다. 프로야구팀 추가 창단까진 아니더라도 최소 8개 구단 체제를 유지해야 하고 설 곳을 잃어가고 있는 유소년 야구를 활성화시킬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KBO 총재 자리는 갈 곳 없는 정치인들이 기웃거리는 곳으로 여겨지는 것이 현실. 그들이 야구 발전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제대로 세울 지 의문이다. 최소한 실무를 담당할 사무총장이라도 제대로 앉혀야 할 텐데 야구에 관심도 없던 인사가 그런 인재를 가려 뽑을 눈이 있으리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현재 여론의 시선은 곱지 않지만 현 정권이 이를 의식할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각 프로 구단은 대부분 대그룹을 끼고 있는데 구단 수뇌부가 정권의 서슬 퍼런 외풍을 견딜 수 있을지 장담할 수도 없다. 정권의 'KBO 총재 자리 흥정 역사'는 언제쯤 막을 내릴까.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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