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내년 부동산시장 '수성구發 위기' 가능성

대구 주택가격 상승을 이끌어왔던 '수성구 아파트'가 위기에 직면했다. 2005년 이후 대구 분양가 고공행진을 주도했던 대형 고가아파트 입주가 2009년부터 본격화되지만 주택경기 침체에다 경기후퇴까지 겹치면서 시장 상황이 바닥을 치고 있는 탓이다.

부동산 업계는 "체질이 약해진 부동산시장에 고가아파트 입주가 몰려 있어 폭풍전야 같은 상황"이라며 "경기 회복세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대구 전체 주택시장이 수성구발 집값 하락으로 몸살을 앓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쏟아지는 고가 아파트에 숨죽인 가격

2009년 대구지역 아파트 입주물량은 1만5천가구. 이 중 수성구 입주물량이 7천100가구로 전체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7천100가구 중 4천여가구가 경기침체로 입주 실수요가 줄어든 분양금액 5억~6억원짜리 고가 아파트란 점이다. 이 가격대를 훌쩍 뛰어넘는 아파트들도 상당하다. 내년에 입주하는 수성구지역 3.3㎡(1평)당 가격이 1천200만원를 넘는 고가 아파트 가격을 합치면 2조원을 넘어선다.

이달부터 내년 2월까지 수성3가에서만 롯데와 쌍용, 코오롱 등 3개 단지 1천600여가구가 차례로 입주를 시작하며 1천400가구의 상동 동일하이빌도 2월에 입주를 시작할 예정이다. 또 연말에는 단지(1천494가구)내 전가구의 분양금액이 6억을 넘는 매머드급 고가 아파트인 범어동 '두산위브더제니스'가 입주를 시작한다.

이들 단지 입주가 다가오면서 범어네거리 주변 아파트 시장은 이미 혼란이 시작된 상태다. 부동산업소 관계자들은 "지난 여름부터 입주를 시작한 3.3㎡당 분양가 1천만원 초반대 아파트조차 입주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더 비싼 아파트 입주가 임박하자 마이너스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며 "가격이 떨어진 급매물을 제외하고는 매수세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밝혔다.

실제 상반기 이후 입주를 시작한 수성4가 태영데시앙과 범어동 삼성래미안 및 월드메르디앙 단지의 대형 아파트 상당수가 빈집으로 남아있는 실정이다.

◆경기만 살아나면 숨통은 트이는데

건설업계에서는 수성구 고가아파트 입주가 집중되는 2009년이 대구 부동산시장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가격 하락세에도 실수요자를 찾지 못할 경우 기존 계약자들의 경제적 손실이 불가피한 데다 대량 미입주가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지역 건설사 한 임원은 "내년에 입주하는 수성구지역 고가 아파트 가격이 20%만 떨어져도 결국 4천억원이 사라지는 셈"이라며 "수성구 집값 하락은 대구 전체에 연쇄 파장을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경기만 회복되면 큰 충격없이 위기를 넘길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정부가 양도세 경감 등 부동산 부양책을 쏟아붓고 있는 데다 수성구 내 신규 분양이 가능한 택지가 바닥나 중장기적으로는 아파트 가격이 회복될 것이란 예측이다.

화성산업 권진혁 영업부장은 "수성구 선호도가 월등히 높고 건설 원가를 고려하다면 내년 입주 아파트 가격이 높다고만 볼 수 없다"며 "특히 대구는 주택가격이 2, 3배 오른 수도권과도 상황이 다르므로 실물경기만 살아나면 주택시장도 빠른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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