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저건 밥이잖아. 밥을 왜 저렇게 해?"
김이 무럭무럭 나는 쌀알을 떡메로 내리치는 모습을 신기해하던 성규(12)는 제 차례가 돌아오자 있는 힘을 다해 떡메를 내리쳤다. 쌀알은 이내 으깨졌고, 이어 노란 콩고물을 뒤집어썼다. "봐, 이게 인절미잖아. 네가 직접 만드니까 더 맛있지?"
세밑을 앞두고 대구경북혁신협의회 회원과 매일신문 독자 등 70여명이 27일 경주 안강읍 옥산리 세심마을에서 열린 도농교류 체험행사에 참가, 농촌을 배우고 느꼈다.
"건축물이 땅과 맞닿아 있으면 정자(亭子)가 되고 2층에 강당이 있으면 누(樓)가 됩니다. 이 현판은 한석봉 선생님이 쓴 거랍니다." 조선시대 성리학의 대가인 회재 이언적 선생의 자취가 그대로 남아 있는 독락당(보물 제413호)과 옥산서원(사적 제154호), 세심대에서는 이우근 마을사무장의 입담에 모두 미소를 지었다. 입담도 보통이 아니었지만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감탄을 저절로 자아냈다.
이 마을 아낙들이 맛깔스럽게 차려 낸 점심을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먹은 뒤 아이들은 얼어붙은 개울가에서 연방 돌팔매질을 하며 오랜만에 자유를 만끽했다. 도심에서는 좀처럼 즐길 수 없는 일이다.
최근 일본 고교생들이 수학여행으로 자주 오는 마을답게 체험놀이도 전통 그대로다. 활쏘기와 제기차기, 굴렁쇠 굴리기, 투호놀이를 하는 동안 서먹서먹하던 감정은 눈 녹듯 사라졌고 뜨거운 군고구마를 호호 불며 먹으면서 도시민과 농민은 하나가 됐다. 마을을 찾아온 사람들이 따먹을 수 있도록 홍시를 그대로 놔둔 주민들의 배려가 더욱 정겨웠다.
체험행사는 어른들이 더 즐겁다.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 채 나무를 한 짐 가득 지게에 지고 산에서 내려오는 아이들의 모습이 대견스럽기만 하고 옛 추억에 젖어 들려주는 이야기에도 저절로 힘이 들어간다.
"이게 탈곡기란 거야. 아빠가 어릴 때만 해도 이 기계로 타작을 했어." 두 딸에게 재래식 탈곡기를 열심히 설명해주던 정연걸(41)씨는 "고향 예천처럼 농촌은 언제나 정겹고 푸근한 것 같다"며 "아이들이 자연의 넉넉함을 배울 수 있도록 기회가 오면 또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체험단에게 '도시와 농촌의 상생'을 주제로 강연한 대구경북연구원 석태문 박사는 "갈수록 어려움은 커지고 있지만 농촌은 우리의 근본이자 미래"라며 "우리 농촌을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도록 내년에는 각계에서 더 많은 체험행사를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계절 내내 간결하고 우아한 독락당과 옥산서원, 2007 경주시건축상을 수상한 장산서원, 정혜사지 13층 석탑이 오늘따라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글·사진 경주·최윤채기자 cy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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