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고생이 있었다. 이 학생은 평소 어머니로부터 공부에 압박을 많이 받아 스트레스가 심했다. 그러던 어느날 자신은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하는 꼭두각시란 걸 깨닫게 되고 이로 인해 두통이 시작됐다. 방황을 하던 소녀는 친한 친구와 가슴속 얘기를 나누고 어머니 앞에서 '엄마의 인생이 있듯 나의 인생이 있다. 내 인생을 살겠다'고 외친다.
지난 10월 말 '제8회 전국 농어촌청소년문예대전'에서 대상에 선정된 단편소설의 줄거리다. 하양여고 1학년 이청아(16)양은 자신의 삶을 투영시켜 이 작품을 완성했다. 이양은 "저뿐 아니라 입시제도에 놓여있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글을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평소 시나 소설을 즐겨 쓰는 이양은 초등학교 때부터 글쓰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엔 스스로 좋아서라기보단 주변의 권유가 글을 쓰게 만들었다. 글쓰기 재능을 발견한 담임교사가 백일장 등 글쓰기 대회가 있으면 '출전'을 권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츰 글쓰기의 참맛을 느끼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냥 주위의 권유로 글쓰기를 했어요. 초등학교 4학년 때 학교에서 논술수업도 받았는데 좀 지루하기도 하고 재미없었죠. 하지만 점차 글쓰는 것이 재미있어졌어요. 허구를 만들면서도 스스로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을 느낄 수 있고 작품이 완성되면 뿌듯함도 상당했죠."
중학생이 된 뒤 이양은 학교 백일장에서 상을 받은 것을 계기로 '장미와 소나무'라는 시(詩)동아리에 가입했다. 본격적으로 글을 쓰겠다고 마음을 먹은 뒤로 다른 사람의 작품 내용이 궁금해져 시, 소설, 수필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책을 많이 읽었다. 다른 사람들을 꼼꼼히 관찰하는 습관도 생겼다. 주로 버스로 통학하면서 버스 타는 사람들의 행동이나 특징 등을 분석한 것. 버스승강장에서 사람들이 누굴 기다리는지, 버스를 타는 동안 어떤 생각을 하는지 지켜보는 일이 재미있었다는 것.
이양은 학교를 마친 뒤나 주말에 틈틈이 글을 쓴다. 특히 음악을 들으면서 새벽 무렵에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한다. 새벽에 뉴에이지나 클래식을 들으면 '모티브'가 가장 잘 떠오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게 해서 중학교 때만 시 20여편, 단편소설 6편 정도의 작품을 완성했다.
고교 입학 후엔 교과공부로 인해 시간이 부족해져 주로 주말에 펜을 들었다. 가끔 학교 자습시간에도 글을 쓸 정도로 글쓰기에 대한 열의를 버리지 않았다. 자신의 작품 가운데 지난가을에 완성한 '세상 가장 외진 곳에서 너를 기억하는 추억'이란 제목의 단편소설을 좋아한다고 했다. "고등학교와 중학교의 생활이 너무 달라요. 고교 땐 구속받는다는 느낌이 강하죠. 자유로웠던 어린 시절을 생각하는 내용이죠. 사람들이 워낙 바쁘게 살다 보니 자신의 추억을 잊기 쉽잖아요. 그런 추억을 그리며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는 내용을 쓰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글쓰기를 하면서 표현력과 어휘력, 사고력 등이 풍부해졌다. "논술을 쓸 때 글 자체가 풍부하다는 평을 많이 들어요. 어휘력이 좋아 꾸며주는 말이 많아서겠죠. 글쓰기를 하면 평소 생각하는 시간도 많아져요. 단지 글쓰에 너무 관심이 많아 상대적으로 학업에 소홀한 것이 흠이죠."
글·사진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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