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어느 날이었다. 아이의 유치원 졸업식 때 아이들이 불러주는 '부모님 은혜'를 들으면서 '벌써 아이가 이만큼 자랐구나'라는 마음에 몰래 눈물을 훔쳤던 기억이 있다. 또 꽃샘추위가 한창인 3월 어느 날 초등학교 입학식을 마치고 아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면서 문득 학부모가 된 뿌듯함보다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을 생각하면서 왠지 모를 무거움에 가슴이 답답해졌었다. 그런 추억들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해가 저물고 있다. 당시 무거웠던 마음이 사라지기가 무섭게 아이의 1학년 학교생활도 마무리되고 있다.
평소 즐겨 듣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는데 항상 청취자들에게 질문을 하면서 시작을 한다. 12월이 시작되는 어느 날이었던가. "올 한 해 자신이 한 일 중에서 가장 잘한 일이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이 있었다. 프로그램이 끝날 때까지 잘한 일은 생각이 나지 않고 후회스럽거나 아쉬웠던 일, 잘못한 일만 머리 속을 맴돌았다. 특히 아이에 대한 일들이 그러했다.
아이에게도 자신의 시각이 있을 텐데 나의 시각으로만 맞춰 모든 일을 다그치기만 한 일, 칭찬보다 잘못한 것에 대한 지적과 꾸중을 더 많이 한 일, 어리광을 부릴 때 안아주고 보듬어주기보다 "이제 형인데, 형다운 행동을 해야지"라면서 사촌동생과 비교한 일 등등. 온통 머리 속은 아쉬운 것으로 가득했다. 모든 면에서 "1학년 형인데, 형답게 행동 하라고"만 강요한 것 같다. 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때와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도대체 자신의 위치에 맞게 행동하는 것은 어떤 것일까' '나도 엄마로서 엄마다운 행동을 하고 있을까'. 막상 자신이 없어진다.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다'라는 말이 있다. 정말 요즘 이 말이 절실하게 느껴진다.
아이는 내가 하는 예쁜 말보다 화내고 불평하며 짜증내는 나쁜 말을 더 잘 기억하고 있다가 비슷한 상황이 생기면 너무나 똑같이 연극 대사 외우듯 따라하곤 한다. 그럴 때마다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다. 그런데도 엄마라는, 아니 어른이라는 이유로 아이의 지금 부족함만을 보려고 했다.
며칠 남지 않은 올 한 해를 돌아보며 엄마로서 아쉽고 잘못한 일들을 깊이 반성해 본다. 지금까지 잘못한 일은 셀 수도 없이 많이 이야기해 왔으니, 내년부터라도 아이가 잘한 일에 대해서 칭찬을 아끼지 않겠다고 다짐해본다. 아이가 잘못한 점을 나의 시각으로만 바라보지 않기를 바란다. 2009년에는 어른의 시각을 아이에게 맞추려고만 하지 말고 아이가 느끼게끔 기다려줄 줄 아는 여유로운 엄마가 되겠다고 다시 다짐해본다.
천연정(동변초교 1학년 정민재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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