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시회 벽도 작품이다…색깔 입혀 감상에 도움

최근 수성아트피아에서 열린 '영화, 詩그림을 만나다' 전시회를 찾은 관람객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330㎡(100평) 가까운 넓은 전시공간 벽이 온통 빨갛게 칠해져 상당히 도발적인 분위기를 연출했기 때문이다. 차분한 전시장 분위기에 익숙해 있던 이들에게는 분명 낯선 풍경이다.

전시장 벽면이 컬러풀해지고 있다. 전시회장의 벽면은 보통 흰색이나 아이보리로 하는 것이 정석이다. 작품을 돋보이게 하고 작품 감상에 방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다. 특히 공공기관의 전시장은 더욱 그렇다. 시설물을 훼손시키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금기를 깨는 시도가 공공기관 전시장부터 조금씩 이루어져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사실 전시회장 벽면에 색깔을 입히는 것은 조심스럽다. 작품 감상에 혼란을 줄 뿐 아니라 자칫 작품 성격과 맞지 않으면 오히려 역효과를 준다. 벽색깔이 작품의 기운을 다 빼앗을 수도 있고 심상과 눈길을 분산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몇몇 전시회에서 전시장 벽에 색깔을 입힘으로써 오히려 작품을 살려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구경북디자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미술거장전'은 방마다 색깔을 달리해 작품을 감상하는 데 집중력을 높이고 있다. 입구부터 벽면이 깊은 블루다. 이어서 회색방 옐로 오렌지방으로 연결되면서 공간속의 색채와 작품이 서로에게 조심스러우면서도 시작적으로 시대적 구분을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가령 앤디워홀이나 리히텐슈타인의 작품이 전시된 팝아트의 방은 노란색으로 칠해져 있다. 팝아트의 분위기에 맞게 경쾌하면서도 밝은 노란색을 택한 것이다. 또 스페인과 라틴아메리카의 방에는 열정적인 나라의 이미지를 감상 분위기로 이끌어내기 위해 오렌지색으로 꾸몄다.

이 전시회의 큐레이터 오정희씨는 "전시회장의 층고가 높고 또 판화라는 작품의 성격이 집중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방마다 색깔을 입혀 집중도를 높였다"고 했다. 또 전시장 벽면이 주는 작품과의 상관관계는 감상의 깊이와 함께 심리적 배경이 되어 심상을 끌어올리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지난해 9월 백남준의 전시회 때부터 벽면에 색을 입혀온 수성아트피아 이미애 전시기획팀장은 "백남준이 전시회를 연다면 과연 어떤 공간을 원할까" 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 벽면에 색을 입히는 작업의 시작이었다고 소개했다. 모험이 뒤따랐지만 관객의 반응은 좋았다고 했다. 그 이후 올해 10월 말에 있은 사진비엔날레에 맞춰 열린 전시회에 벽면 모두를 빨갛게 칠했고 이번의 '영화,詩그림을 만나다' 전에는 더 큰 전시회장 전체를 빨갛게 칠했다. 반응이 좋아 빨간색 벽면을 내년 3월까지 계속 사용하기로 했다고 한다.

김순재기자 sj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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