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 과학영재학교의 과제

2011년 3월, 대구에 과학영재학교가 문을 연다. 지난 10월 말 교육과학기술부에 과학영재학교 전환을 신청한 과학고는 7곳. 이 중 대구과학고와 경기과학고 두 곳이 선정됐다. 탈락한 대전에서는 정치권과 교육계가 강하게 반발할 정도로 과학영재학교를 놓고 7개 시·도들은 자존심과 미래를 걸고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였다. 과학영재학교 유치는 경사로운 일이다. 우수 인재의 역외 유출을 줄이고 다른 지역 인재들을 불러 모을 수 있다는 점은 물론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DGIST)과 첨단산업단지 등과 연계해 인력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다는 면에서 대구는 또 다른 기회를 맞게 됐다.

대구시교육청은 개교 준비를 철저히 하겠다고 한다. 우수 교원을 확보하기 위해 전국 단위로 교사를 공모하고 교장공모제를 통해 학교운영의 전문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부산의 한국과학영재학교를 벤치마킹해 많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다른 나라들의 성공 사례들에 대한 연구도 빼놓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과학영재교육원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영재교육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기 위해선 몇 가지 생각해 볼 점이 있다.

성공적인 영재교육을 위해선 교육기관의 양적 확대와 함께 '내실화'가 담보돼야 한다. 정부는 2002년 '영재교육진흥종합계획'을 만들어 다양한 영재교육을 확산시키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는 2010년부터 전체 학생의 1%인 7만여명이 국가 영재교육기관에서 영재교육을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영재교육의 내실을 다지기 위해선 ▷선발 ▷교육과정 ▷교육방법 ▷교사 등 4대 요소가 면밀하게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한다. 교육의 '이데아'(본질)가 그렇지만 특히 영재교육은 '붕어빵 교육'이 돼서는 안 된다. 영재교육은 학생의 능력과, 흥미, 잠재력 등 개인적 특성을 고려해 이뤄져야 한다.

국내 영재교육은 양적 기회는 늘고 있지만 영재교육 전담 교사의 부족, 낡은 시설과 구닥다리 실험도구들로 인해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정관념을 버리고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 예산 타령만 할 것이 아니라 방법을 찾아야 한다. 대학과 연구소, 산업현장의 인적, 물적 자원을 공동 활용하는 방안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대구의 경우 교육청과 경북대, 대구교대가 따로 영재교육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서로의 자원을 공유해 분야별로 특화하는 것도 열악한 현실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이 될 것이다.

신설될 과학영재학교 운영도 마찬가지이다. 국내 과학영재학교들이 같은 분야에서 동일한 수준의 영재를 선발해 교육해서는 안 된다. 똑같은 잣대로 학생을 뽑고, 비슷한 교육을 한다면 영재교육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고, 소모적인 경쟁만 부추기는 꼴이 된다. 성공적인 영재교육 실현을 위해서는 교육기관이 지역의 상황과 여건에 맞게 특화돼야 한다.

영재교육 시스템의 한계도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초·중학교 과정에서 영재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고교 진학을 앞두고 현실적인 고민에 빠지게 된다. 고교에서 영재교육을 받을 기회가 급격히 줄고, 대부분 영재들은 명문대학, 의대 진학을 위한 입시전쟁에 뛰어드는 것이 현실이다. 부산의 한국과학영재학교는 이런 현실에서 하나의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이 학교는 카이스트(KAIST), 포스텍(옛 포항공과대), 서울대 등 국내 대학과 협약을 통해 수능 및 내신과는 무관하게 특별전형으로 진학이 가능하다. 즉 일정 수준의 학업성적만 유지한다면 졸업 때까지 수능 등 입시준비 대신 과학교육에 몰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구 과학영재학교의 멋진 청사진을 기대한다.

김교영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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