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한국 문학과 출판계는 기성 작가들의 인터넷 진출, 박경리·이청준 등 거목들의 타계, 청소년 및 성장기 소설의 약진이 두드러진 한 해였다. 눈에 띄는 2008년 문학·출판계 이슈를 짚어보았다.
◆본격 문학작가들 인터넷 진출 활발
작가 박범신이 2007년 8월부터 포털 사이트 네이버 연재를 통해 단행본 '촐라체'를 출간한 이래 기성 작가들의 인터넷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인터넷 포털 '다음'에서는 2008년 11월 말부터 작가 공지영의 '도가니', 이기호의 '사과는 잘해요'를 연재하고 있다. 또 '달콤한 나의 도시'로 베스트 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른 소설가 정이현이 인터넷 교보문고에 '너는 모른다'의 연재에 들어갔다. 인터넷 서점 '예스24' 역시 12월 1일부터 박민규와 백영옥의 소설연재를 시작함으로써 신문연재 소설이 막을 내린 요즘 인터넷 소설 연재가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박경리·이청준 타계
'토지'의 작가 박경리와 '당신들의 천국'의 이청준이 타계했다. 1969년부터 1994년까지 24년 동안 쓴 '토지'는 박경리의 필생의 작품인 동시에 한국 소설의 한 절정에 해당한다. 박경리가 타계하자 문인들은 물론이고 수많은 독자들이 애도의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언론은 박경리의 삶을 대대적으로 조명했다.
7월 31일 이청준이 세상을 떠났을 때도 전국적으로 애도의 물결이 일어났다. 이청준의 대표작 '당신들의 천국'은 소록도 한센인 병원에 새로 부임한 원장 조백헌과 원생들 사이의 갈등과 협력, 오해와 화해의 드라마를 통해 사랑과 자유, 구원을 이야기하고 있다. 한편 박경리는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이청준은 '신화의 시대'를 유고작으로 남겼다.
◆청소년 소설·성장소설 약진
올해 문학 분야의 가장 큰 특징은 청소년 소설의 약진이다. 김려령의 '완득이'를 필두로 청소년문학상 수상작들이 속속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면서 지금까지 한국 문학의 변방으로 여겨졌던 청소년소설이 '출판 주류시장'에 한 발짝 들어섰다는 평가다. 또 청소년 소설과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황석영의 '개밥바라기별'과 김형경의 '꽃피는 고래', 김사과의 '미나' 등 기성 작가들의 성장소설이 한국 문학의 한 흐름을 형성했다. 특히 김형경의 '꽃피는 고래'는 성장소설 형태를 띠고 있지만 성장소설 너머 아름다운 성인문학의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다. 상처받은 소녀의 눈에 띈 고래잡이 할아버지의 삶은 마치 '백경'을 보는 듯 혹은 '노인과 바다'를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조경란 '혀' 표절 논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표절논란이 문학계를 달궜다. 신인 작가 주이란이 소설가 조경란의 장편 '혀'와 같은 제목의 단편소설집을 내면서 '표절 논란'을 제기한 것이다. 주이란은 자신이 200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응모한 단편 '혀'를 당시 심사위원이던 조경란이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주이란은 저작권위원회에 분쟁조정신청을 제기했으나 중재 기간 동안 조경란이 미국 체류 등의 이유로 출석하지 않음으로써 중재는 결렬됐다. 또 이를 계기로 기성 작가들과 네티즌들이 열띤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조경란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대응방식과 태도'에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공지영 파워·이외수 신드롬
공지영은 최소 30만, 40만부를 보장하는 작가라는 말이 있다. 올해도 공지영 파워는 여전했다. 그녀가 작년과 올해 선보인 책 3권을 모두 베스트셀러에 올린 것이다. '즐거운 나의 집'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괜찮다 다 괜찮다' 등이다. 특히 2006년과 2007년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 이어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와 '즐거운 나의 집'은 종합베스트셀러 상위권에 동시에 오르기도 했다. 또 소설가 이외수가 한 방송사의 연예 프로그램에 출연해 특유의 입담을 과시하면서 국민적 인기를 얻었다. 이후 그는 시트콤 등에 출연하며 인기를 이어갔다. 원래 마니아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던 이외수는 방송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적 인기를 확산했고 올해 출간한 산문집 '하악하악'은 16주 연속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서점가엔 오바마·경제 열풍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검은 케네디'라는 별명을 얻으며 돌풍을 일으켰던 버락 오바마 관련 책들이 쏟아졌다. 오바마의 인생과 정치철학, 성장 등을 담은 국내외 책들이 역대 어느 미국 대통령 당선인들책보다 더 많이 쏟아진 한 해였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섰던 힐러리 클린턴 관련 책도 많았지만 오바마 관련 책에 비할 바는 못됐다.
세계적 불황에 대한 우려로 경제관련 서적도 많았다. 특히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서적, 펀드 관련 서적, 중국과 미국 시장 전망 등에 관한 책들도 많았다.
◆문학후퇴, 아동도서 급증
한편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08 문예연감 출판부문 통계에 따르면 2007년 문학 부문 신간 발행 종수와 부수는 전년인 2006년에 비해 크게 줄었다. 문학 부문 신간 발행 종수는 전년의 9천667종에서 19.8%가 줄어든 7천752종, 부수는 전년의 2천113만3천130부에서 18%가 준 1천732만3천993부로 나타났다. 반면, 아동도서는 전년의 6천700종에서 9.1%가 증가한 7천307종, 부수로는 2천110만3천181부에서 168.9%가 증가한 5천674만7천59부로 문학 부문의 감소세와 큰 대비를 보였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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