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불황에 아르바이트 구하기 '전쟁'

▲ 아르바이트 구직도 심각한 가운데 29일 오후 취업을 앞둔 대구의 한 대학교 학생들이 교내 구인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 아르바이트 구직도 심각한 가운데 29일 오후 취업을 앞둔 대구의 한 대학교 학생들이 교내 구인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공사장 잡부로 일했던 이모(40)씨는 시급 4천원짜리 일자리를 찾아 한 달 넘게 이곳저곳을 전전하고 있다. 건축공사가 중단되면서 일자리를 잃고 가장 먼저 찾았던 곳이 새벽 인력시장. 하지만 일주일을 버텨봐도 단 하루도 벌이에 나서지 못하자 아예 시급제 아르바이트로 눈을 돌렸지만 이마저도 '하늘의 별따기'다. 이씨가 매일 하는 일은 생활정보지를 뒤지는 일. 그리고도 마땅한 일자리가 눈에 띄지 않으면 PC방에서 각종 인력사이트를 뒤지면서 하루를 보낸다. 이씨는 "유통업체 상품운반일이라도 하고 싶지만 젊은 친구들이 많아 나같이 나이 많은 사람은 엄두도 못낸다"며 "식당주차일이든 창고정리든 가리지 않고 시켜만 주면 할 수 있는데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고 한숨만 내쉬었다.

경기불황이 아르바이트 자리까지 위협하고 있다. 방학을 이용해 용돈이 필요한 학생들의 일쯤으로 여겼던 아르바이트 일자리에 생계를 위해 나선 근로자들까지 뛰어들면서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2, 3개월 위주의 단기 아르바이트에서 1년 이상 장기 아르바이트 근무자들이 늘어난 것도 불경기의 또 다른 풍속도다.

지난 19일 대구 북구 관음동 대구강북고용지원센터 5층에서 열린 '아르바이트 박람회장'에는 시급 4천~5천원짜리 일자리 350명 모집에 1천여명이 넘는 사람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곳에 부스를 설치한 업체들은 모두 유통 관련 업체로 물리적인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곳. 하지만 불혹을 넘긴 나이에 아르바이트를 구하려는 중년들도 적잖았다. 교복 차림으로 박람회장을 찾은 김모(19)군은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기가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다"며 "부모님의 짐을 덜어드리겠다는 생각으로 나섰는데 우리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아저씨들이 많아 놀랐다"며 발길을 돌렸다.

특히 예전에는 2, 3개월이면 그만두곤 했던 아르바이트생들이 1년 넘게 일하는 경우도 적잖아 아르바이트 자리가 쉽게 생겨나지 않고 있다. 최근 인터넷으로 채용 공고를 냈던 한 대형유통업체 관계자는 "방학 때만 일하고 그만두던 학생들이 요즘은 1년 가까이 하고 퇴직금까지 받아 나가는 실정"이라며 "20명을 뽑는데 접수된 서류만 300명이 넘는다"고 했다.

방학 동안 학비나 용돈을 벌려던 대학생들은 '일자리 구하기 전쟁'을 치르고 있다. 대학생 최모(25)씨는 학교 주변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알아보러 갔다가 허탕만 쳤다. 최씨는 "주유소 사장님이 '중년 아르바이트 근로자들이 젊은 대학생들보다 더 성실하고 믿을 만하다'며 젊은 사람은 안뽑는다고 하더라"며 한숨을 쉬었다. 대학생 박모(22)씨는 "과외자리 2개가 모두 끊어져 시급제 아르바이트를 찾다가 사흘 동안 수십군데 가게를 돌아다니며 발품을 팔았는데 아직 한 곳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며 "다음 학기 학비는 대출을 내야 할 형편"이라고 하소연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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