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이 강산을 지키는 우리♬, 사나이 기백으로 오늘을 산다. 포탄의 불바다를♪♪…."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독도. 서기(瑞氣)에 잠긴 섬은 붉게 물들어 있고 찬바람이 살갗을 파고든다. 오전 7시. 독도경비대(대장 김태식·32) 대원들이 우렁찬 군가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빠른 아침을 알리고 있다. 경비대원 40명이 내뿜는 대한민국의 함성은 일렁이는 동해 물결을 넘어 멀리 해가 뜨는 곳까지 퍼져 나간다.
오랜만에 물결이 잠들어 경비대원들이 접안장에서 점호 겸 체조를 한다. 지난 10여일 동안은 파도가 거칠어 동도 경비대 식당 앞마당에서 아침 점호를 했다. 4열 횡대를 지은 대원들은 인원보고 후 영하의 추위에도 아랑곳않고 류철민(30) 부대장의 구령에 따라 맨손체조를 한다. 함께 따라 온 삽살개 '지킴이'도 옆에서 껑충껑충 뛰며 언 몸을 녹인다.
일본이 호시탐탐 노리는 동해 최전방, 독도를 지키는 독도경비대에는 대장, 부대장, 통신반장 등 3명의 경찰관 지휘 아래 40명의 전투경찰이 근무하고 있다. 대원들은 모두 육군 소속으로 전투경찰로 선발돼 독도에 배치됐다.
대원들의 주요 임무는 경계근무. 개인 화기를 소지한 대원들은 쌍안경을 목에 걸고 동도 정상에서 종일 주위 바다를 항해하는 배와 동·서도에 입도한 외부인들의 움직임을 관찰한다. 배나 외부인의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 무전으로 상황실에 통보한다. 만일 정체불명의 어선이 독도항에 정선(停船)하면 대원들은 즉각 현장을 쫓아가 확인하고 퇴선 명령을 내린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관광객들의 입도를 돕고 그들을 안내한다. 연락선이 들어오면 대원 10여명은 구명장비를 소지하고 동도 정상 숙소로부터 내려온다. 배가 접안장에 닿으면 앞뒤쪽 밧줄을 받아 앵커에 걸고 관광객들의 하선(下船)을 돕는다. 관광객이 머무는 동안에는 안내원 역할을 한다. 사진 찍기를 원하면 늠름한 포즈로 촬영에도 응한다. 연락선이 회항을 알리는 고동을 울리면 앵커에서 밧줄을 풀고 일렬횡대로 서서 떠나는 관광객들에게 경례로 인사한다.
지금 독도경비를 맡고 있는 '독수리 소대'는 지난 11월 4일 파견됐다. 독도 경비는 울릉경비대의 5개 소대 중 한 개 소대가 2개월씩 돌아가면서 맡는다. 독수리소대는 내년 1월 4일까지 근무한다.
독도는 경찰이 1954년부터 경비를 맡고 있다. 6·25 전쟁으로 나라가 혼란에 빠져 국방력이 독도까지 미치지 못하면서 경찰이 경비를 맡은 것. 1953년 창설된 독도의용수비대의 업무를 경찰이 넘겨받았다. 이후 1996년 창설된 울릉경비대가 임무를 인수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에 대해 독도의용수비대 시절 울릉경찰서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김모씨(포항시)는 "1954년 이전에도 독도 경비를 경찰이 맡았다"고 주장한다.(이 문제는 2008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거론된 바 있고 현재 국가기관 등에서 조사계류 중으로 사실 여부에 대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이므로 독도경비대의 공식자료에 따른다)
사람을 날릴 정도의 거센 바람, 한 달간씩 몰아치는 폭풍우, 먹는 물마저 완전히 말라버린 기갈…. 인간이 생존하기 어려운 극한 환경의 독도. 이곳이 우리 영토이기에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경찰은 지난 50여년간 수많은 대원들의 청춘을 담보로 '독도 수호'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첫 독도 순직자 허학도씨 등 5명의 고귀한 희생이 보태져 우리는 독도 주권을 확보하고 있다.
"전우여, 내 나라는 내가 지킨다, 멸공의 횃불 아래 목숨을 건다." 귓불이 얼얼할 만큼 몰아치는 바람 속에서도 소총을 굳게 거머쥐고 동해를 지키는 대원들. 양 옆구리에 손을 얹고 힘차게 좌우 반동하며 부르는 군가 소리는 울릉도를 넘어 뭍으로까지 울려 퍼진다.
전충진기자 cjje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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