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닮고 싶다, 그래서 그린다…소를 그리는 작가들

▲ 원승재 作
▲ 원승재 作
▲ 김명삼 作
▲ 김명삼 作
▲ 손만식 作
▲ 손만식 作
▲ 박수남 作
▲ 박수남 作

2009년 기축년 소띠해다. 소처럼 우직하게 작품활동을 하며 소를 즐겨 그리는 화가들이 대구경북에도 있다. 이들의 작품과 작품에 얽힌 이야기를 통해 소띠해를 맞는다.

소싸움의 본고장인 청도에서 매년 개최되는 청도소싸움 대회를 주 모티브로 삼고 있는 서양화가 손만식은 청도미술협회장을 맡으면서 청도 소싸움대회를 그림으로 홍보하는 청도소싸움 홍보대사다. 청도가 고향인 손씨는 소띠해를 맞아 청도 미술인들의 다양한 소사랑 문화행사와 공모전 등을 기획하고 있다.

그는 "청도에서 태어나 소싸움을 보면서 자연히 이를 모티브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면서 소 그림은 자신의 숙명처럼 여기며 작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소싸움을 통해 삶의 치열함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다. 그리고 소싸움을 통해 살아가는 힘을 얻었으면 한다고 말한다.

대구에서 작품활동을 하다 미국으로 활동 무대를 옮긴 한국화가 권용섭(59)은 우리 황소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다. 최근 한·일간 독도문제에 대해 전세계를 돌며 그림으로 홍보하고 있는 권씨는 그가 그리는 소 역시 한국적이다. 그만큼 다정하고 친근감이 느껴진다. 권씨는 "독도를 사랑하듯 우리나라 소를 사랑한다. 소를 보면 한국인이 생각나고 그들의 선한 눈과 우직함이 저절로 느껴진다"며 한우 그림을 통해 한국인의 정서를 드러내 보이고 싶다고 말한다.

도예가 김명삼(48)에게는 소띠해가 남다르다. 왜냐하면 그 자신이 소띠이기도 하지만 뒤늦게 진학한 계명대 디자인과를 졸업하는 해이기도 하다. 그는 소띠해 전시를 위해 지난가을부터 작품들을 제작해왔다. 그리고 작품 제목까지도 정해 놓았다. 제목은 '牛하하'다. 그의 도자조형 작품들의 소는 하나같이 입을 크게 벌리고 웃고 있다. 그는 "소 하면 슬픈 것이 연상된다. 그러나 살다 보면 어려움도 경험하게 된다. 이럴 때 울지 말고 웃음으로써 어려움을 이겨내자는 의미에서 웃는 소를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2009년에는 모두에게 웃는 일만 생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도자기와 디자인 그림을 한데 엮어 나름대로 독창적인 작품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국민대 도예과를 졸업하고 청도 이서면에서 도예공방을 운영하며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도예가 원승재(39)도 소를 소재로 도자조형작품을 하고 있다. 소를 의인화해서 새와 대화를 나누는 소의 모습, 파도와 함께하는 소를 보여주고 있다. 의인화로 만든 재미난 조형성으로 인해 어린이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그는 "1960, 70년대의 소는 우리에게 친숙한 이미지로 다가왔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어릴 때의 추억을 떠올리며 소를 의인화해서 그들도 사람처럼 감정을 가진 동물이라는 것을 표현해 내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어릴 때 팔려가는 송아지의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면서, 소도 우리와 똑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걸 표현해 내고 싶었다"고 했다.

서양화가 김동욱도 소를 소재로 개인전을 열기 위해 12년을 기다렸다는 작가다. 그는 소의 형상을 통해 우리의 인생을 이야기하고 싶다고 한다. "내 마음속 소리를 모두 토해낼 소를 아직도 만나지 못해 안타깝다"는 그는 약삭빠른 처세술이나 요령으로 살아가려는 사람들에게 소의 우직함을 알리고 싶었다고 강조한다.

원로 서양화가 박수남의 황소 그림은 우직한 그의 성품만큼이나 깊고 슬픈 눈망울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는 듯하다.

한편 소를 소재로 한 작품전이 새해 들어 이어지고 있다. 7일까지 대백프라자 갤러리에서는 기축년 소띠를 맞아 소를 사랑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된다. 'The Friendly Cow 2009'라는 타이틀로 박수근 김기창 양달석(이상 작고 작가) 황유업 박수남 윤여환 홍상곤 권용섭 손만식 김민수 이효주(회화) 손파 금중기 서영배 김명삼 원승재(조각, 공예)등이 참여한다.

또 3일부터 8일까지 대백본점 갤러리에서는 윤여환(한국화) 손만식(서양화) 홍상곤(판화)이 참여하는 'BULL 3인行展'이 열린다. 또 가창 동제미술관에서는 8일까지 서양화가 김동욱의 소 이야기전이 열린다.

김순재기자 sj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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