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의 품격은 정형이 빚는 정제미와 가락이 이끌어내는 긴장미에 의해서 정해진다. 형식이 주는 절제미란 언어 뒤에 숨겨진 공간의 여유와 어우러질 때 비로소 하나의 생명력을 얻게 되는 것이다. 결코 물리적인 언어의 분절이나 과도한 시상의 나열로는 감동에 이르게 할 수가 없다. 따라서 심사의 기준 또한 이런 맥락에서 접근하였다.
전체적으로 이번 응모작들의 수준은 상당한 기량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고심 끝에 마지막까지 남은 네 편의 작품은 쉽게 순위를 가릴 수 없을 정도로 각기 장단점을 지니고 있었다. 「겨울 강구항」 「우도 댁」과 같은 '가슴으로 쓴 시'와 「겨울, 랩소디」와 「몽자류 소설처럼」과 같은 '머리로 쓴 시'가 곧 그것이다.
박미자의 「겨울 강구항」은 발상과 언어의 구사능력이 돋보였으나 수식어의 선택과 종장처리가 미숙하였고 박해성의 「몽자류 소설처럼」은 풍부한 이미지와 시상의 범위에 호감이 갔으나 주제의 통일성을 잃은 아쉬움이 있었다.
마지막까지 남은 황윤태의 「겨울, 랩소디」와 김정숙의 「우도 댁」을 두고는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았다. 「겨울, 랩소디」는 투명한 언어감각과 시상을 전개하는 역량이 돋보이는 작품이었으나 지나친 작위성으로 인해 이미지의 선명도가 떨어지는 흠이 아쉬웠다.
그에 비해 당선작으로 뽑은 「우도 댁」은 '우도'라는 섬의 태생적 한계를 온몸으로 이겨내는 한 여인의 아픈 삶을 리얼하게 형상화시켜 완성도를 높인 작품이다. 비록 그 처방까지 제시하지는 못했지만 섬과 바다와 우도 댁과 시인을 일체화시킨 체험적 진솔성과 절망을 극복하는 따뜻한 시선이 신뢰를 갖게 하였다.
좋은 시조는 사색과 사유를 넘어 통찰에 이른 작품이라고 보았을 때 앞으로 당선자는 이를 과제로 삼아 그 신뢰를 채워주기를 기대한다.
민병도(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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