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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문화상 받은 대구 시내버스 '친절기사 3人'

▲ 지난 30일
▲ 지난 30일 '대구 시내버스 모니터단' 회원들로부터 친절기사로 추전을 받은 황정봉(오른쪽부터), 이승진, 서준규 기사가 한자리에 모여 친절 경험담을 이야기하고 있다. 윤정현 인턴기자

"승객들의 행복한 마음까지도 싣고 달리지요."

지난 30일 오후 5시 30분 대구교통방송에서 열린 '제1회 교통문화상' 시상식. 2008년 한해 대구 시내버스 기사 중 가장 친절한 운전기사로 꼽힌 3명을 시상하는 자리였다. '친절기사' 주인공은 우주교통 이승진(41), 달구벌버스 황정봉(49), 광남자동차 서준규(35)기사. '대구 시내버스 모니터단' 회원들로부터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고, 5명의 검증단이 이들이 운전하는 시내버스를 타고 친절도부터 청결상태와 시설물 상태, 운전태도 등 10여가지 항목을 꼼꼼하게 검증했다.

이들의 가장 큰 덕목은 모든 승객에게 인사를 빠뜨리지 않는 것. 202번과 518번 버스를 운전하는 황씨는 "처음에는 인사를 받지 않으려 외면하고 심지어는 '부담스럽게' 여기던 분들도 어느날 문득 먼저 인사를 건네올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며 "오늘도 한 사람에게 웃음 바이러스를 전파했다는 생각에 뿌듯해진다"고 했다.

달서구 대곡에서 칠곡 3지구까지 운행하는 706번 버스를 운전하는 이씨는 가장 많은 20명의 모니터 요원이 추천한 기사다. 오랫동안 버스를 운전한 베테랑(19년)이다 보니 환승 안내는 물론이고, 잠시 차가 정차할 때는 교통안전 상식이나 좋은 글 등을 승객들에게 읽어주기도 한다.

서씨는 6개의 노선을 번갈아 운전하는 예비기사. 무거운 짐을 든 노인이 버스를 타려고 하자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라고 승객들에게 방송을 한 뒤 직접 짐을 들어주고, 노인이 좌석에 앉을 수 있도록 배려한 뒤 버스를 운행하는 모습이 모니터 요원의 눈에 쏙 박혔다고 한다. 버스운전기사로 일하기 전 '서비스 매니저'로 일했던 서씨는 "그때 익힌 친절 마인드와 고객 응대법이 승객을 대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3명의 기사 중 이씨를 제외하고 황씨와 서씨는 버스운전 경력이 고작 9개월과 1년 5개월 남짓한 '새내기'다. 버스 경력으론 막내이지만 가장 연장자인 황씨는 "초교 동창 아버님이 버스 운전을 했는데 그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며 "사업 실패 후 버스기사를 시작했는데 사람 상대하는 방법이 서툴러 '웃자, 인사하자'를 신조로 삼았는데 친절기사의 영광까지 안게됐다"며 웃었다.

하지만 이들이라고 항상 안전운전만 하는 것은 아니다. 서씨의 경험담이다. "지난 크리스마스날 지독한 정체로 앞차와의 간격이 벌어져 나도 모르게 속력을 높인 적이 있었어요. 한 여성 승객이 '기사님, 오늘은 좀 빨리 달리셨네요. 수고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는데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지요."

'친절기사'로 선정되면서 지난 한해를 최고의 해로 마무리한 이들. 이들의 올해 계획은 역시 '친절'이 목표였다. 이씨는 지난 한해 승객들에게 "웃으며 삽시다"를 인삿말로 사용했는데 올해는 "긍정적으로 삽시다"라고 인사할 계획이다. 긍정적인 마음가짐이야 말로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된다는 생각에서다. 황씨의 신년계획은 더 많은 얘기거리를 승객들에게 들려주는 것이다. 황씨는 "수상을 하면서 부담감이 한층 늘었다"며 "더 많은 책을 읽고 준비해 승객들과 공감을 나눌 수 있는 2009년이 됐으면 좋겠다"고 새해 포부를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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