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송년회를 마치고 집인 수성구 사월동까지 가려던 김모(36)씨는 '값싸다'고 알려진 대리운전을 불렀다 기분만 상했다. 김씨는 "시 외곽지에는 차가 없기 때문에 자비를 들여 남부정류장까지 가야 한다"는 대리운전기사의 핀잔에 결국 1만5천원을 줄 수밖에 없었다. 그는 "같은 대구에 사는데도 5천~7천원이나 더 달라니 말이 안 된다"고 혀를 찼다.
◆웃돈 요구해=대리운전업체들이 저가 경쟁을 벌이면서도 시 외곽지는 '예외구역'으로 정해 웃돈까지 요구해 말썽을 빚고 있다. 연말을 맞아 대리운전을 찾는 손님이 늘면서 나홀로 대리운전 등 업체가 난립, 과당경쟁에 따른 이용자 불만사례도 늘고 있다.
대구에서 영업 중인 대리운전업체는 줄잡아 250여곳으로 4천여명의 대리운전기사가 있다. 여기에 연말특수를 노린 영세업체까지 가세하면서 저가 경쟁이 벌어지는 등 과열양상을 띠고 있다. 몇개월 전에 1만원 하던 요금을 8천원(대구시내 기준)까지 내린 큰 업체도 3곳이나 된다. 하지만 거리가 멀다 싶으면 1만2천~1만5천원까지 웃돈을 요구해 대리비를 두고 기사와 손님 간 실랑이가 적잖게 벌어지고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상당수 업체가 광고보다 과다한 요금이나 웃돈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보험 미가입=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대리운전 중 차량파손이나 지갑 등 분실, 교통법규 위반에 따른 범칙금 부과 등 대리운전 관련 피해구제 사례만 해도 2005년 124건에서 2006년 155건, 2007년 112건으로 매년 100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특히 대리운전 중 사고가 발생해도 대리운전 업체가 보험 미가입 등을 이유로 보상을 해주지 않거나 보험에 가입됐더라도 차주의 보험으로 처리돼 보험료가 할증되는 사례도 빈발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대리운전자의 보험가입률은 전국적으로 76%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또 최근 고용불안으로 야간 아르바이트로 대리운전에 나서는 보험 미가입 기사들이 많다 보니 사고가 나면 보상이 어렵다. 대구에서는 대리운전 교통사고가 지난해 31건, 올들어 8월까지 14건이 발생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대리운전업이 관할세무서에 사업자등록만 하는 자유업이어서 보험가입이 의무화되어 있지 않다"며 "믿을 만한 한 곳을 지정해 이용하는게 좋다"고 조언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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