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신이 오랜만에 '가수'로 돌아왔다. 각종 예능 프로그램을 종횡무진하며 예능 늦둥이로 나섰던 윤종신. 그가 3년7개월 만에 본업으로 대중 앞에 선 것이다.
가수로 만난 윤종신은 평소 방송에서 보여준 모습에 비해 말수가 적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워낙 자신의 얘기를 많이 한 터라 할 말이 많지 않은 듯 보였다. '예능인'이 아닌, '음악인' 윤종신의 얘기를 들어봤다.
윤종신의 11집 '동네 한 바퀴'는 윤종신 특유의 감성을 오롯이 담은 앨범이다. 큰 변신은 없지만 3년 7개월이나 윤종신을 그리워했던 팬들에게는 더없이 반가울 듯하다.
"오랜만이죠. 예능 프로그램에 뒤늦게 뛰어들면서 올인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하는김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는 생각에 예능에만 열정을 다하다보니 앨범이 많이 늦었죠."
앨범은 윤종신과 정석원이 '더 도피오(The Dopio)'라는 이름으로 공동 프로듀싱 했다. 정석원이 윤종신의 앨범을 프로듀싱 한 것은 3집 '소로우(Sorrow)' 이후 16년 만의 일. 자신의 색깔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윤종신과 창조적인 프로듀서 정석원은 윤종신의 과거 감성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느낌의 음반 '동네 한바퀴'을 만들어냈다. 전체적으로 '그루브' 보다는 '멜로디'를 강조한, 감성 어린 곡들이 많이 실렸다.
"제가 혼자 프로듀싱을 해도 되지만 한 사람의 음악이 주는 지겨움을 없애려고 정석원과 함께 프로듀싱을 했습니다. 반 정도는 제가 작곡을 하고 반 정도는 정석원이 작곡했죠. 정석원과 저는 비슷한 듯하면서도 색깔이 조금 달라요. 무리한 변화보다는 제가 원래 하던 음악을 조금 심화하자는 마음으로 앨범을 만들었어요."
'동네 한바퀴'라는 앨범 제목처럼 윤종신은 음반에 자신의 주변에서 벌어진 소소한 이야기를 담았다. 타이틀곡 '즉흥여행'은 사랑하는 사람과 즉흥 여행을 떠난다는 얘길 경쾌한 리듬에 담은 노래. 아바의 노래가 연상되는 밝은 느낌의 스웨디시 팝이다. 친한 후배인 MC몽이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아바 노래의 느낌을 많이 살렸죠. 멜로디를 강조한 것이나 밝고 경쾌한 리듬을 쓴 게 아바 느낌과 비슷해요. MC몽이 한 마디 조건도 걸지 않고 참여를 해 줬어요. 감사하죠."
윤종신의 이번 음반에는 그가 성시경에게 줘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노래 '거리에서'처럼 공간의 개념을 담은 노래가 많다. 타이틀곡 '즉흥여행'도 결국 지금의 공간을 벗어난다는 얘기고 6번 트랙 '벗어나기'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앨범 타이틀과 같은 1번 트랙 '동내 한 바퀴'는 연인과의 추억이 스며있는 동네에 대한 얘기. 이어지는 '야경'은 헤어진 연인을 생각하며 바라본 도시의 야경을 그리고 있는 노래다.
"제 성향이 원래 좀 그래요. 사랑한다, 그립다 등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보다 현상을 그려서 유추되는 느낌을 좋아하죠. 구체적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보다 우회적인 표현을 쓰는 게 듣는 사람이 느끼는 감정을 더 넓게 열어주거든요. 노래의 상황을 듣고 각자의 경험대로 느끼는 거죠. 상황을 설명하다보니 거리나 도시 같은 공간이 많이 쓰여요."
그가 좋아하는 거리는 종로나 가회동 거리. 압구정동 거리도 신나고 즐거워서 좋아한다. 노래에 쓰인 공간은 그가 좋아하는 거리들이다.
"어떤 사람은 제 노래에 쓰인 공간 얘기를 듣고 고즈넉하고 쓸쓸한 거리를 생각할지 몰라요. 그런데 사실 전 압구정동이 모델이거든요. 이건 식으로 각자 노래를 듣고 달리 생각하는게 제가 원했던 반응이에요."
음반에는 이제 갓 돌을 지난 아들 라익이에 대한 사랑을 담은 곡 '오 마이 베이비(O My Baby)'도 실렸다.
"아들을 보면서 지금까지 못 느낀 감정을 느껴요. 내가 만들어낸 생명체라는 게 너무 신비하죠. 결혼생활도 너무 만족하고 있고요."
그의 음악은 예능 늦둥이로 데뷔하기 전 윤종신의 색깔을 담았다. 그러나 대중들에게 과거의 '가수' 윤종신과 지금의 가수 겸 예능인인 윤종신은 사뭇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그가 감성 어린 발라드를 불러도 예능인의 느낌이 투영되지 않을 수 없다. 윤종신에게는 분명 부담스러운 일일 터다.
"괜찮습니다. 웃기는 사람이 슬플 수도 있는 거니까요. 웃음과 눈물의 정서를 함께 가진 사람이 되고 싶어요. 사람에게는 다 양면성이 있잖아요. 인간의 감정도 여러 가지고요. 그런 여러 감성을 가진 사람으로 대중에게 비쳐야 하는 게 제 일이죠. 음반 활동을 통해 지금까지 쌓은 이미지를 바꾸려는 게 아니에요. 새로운 이미지를 추가 시켜려는 것이죠."
윤종신은 이번 음반 활동에 거는 기대가 크다. 19년차 가수에서 예능인으로 성공적으로 변신했 듯 3년7개월의 가수 생활 공백도 잘 메워나갈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다.
"원래 있던 30대 팬들과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얻은 어린 팬들의 감성을 잘 잡으면 이번 앨범도 잘 될 것 같다"는 그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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