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味의 산실]새로운 돈가스 시도

일본에서 돈가스에 대한 새로운 개념과 맛을 배워 대구의 고객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심혐을 기울이던 때가 있었다. 바로 1970년대.

우선 튀긴 돈가스를 먹을 때 입 안 가득 배어오는 육즙을 내기 위해 온도 편차가 없는 냉장고에 구입단가는 비싸지만 70~90kg의 암퇘지 등심만을 구입, 1주일 전부터 숙성과정을 거쳐 육질을 좋게 만들었다. 당시 모든 레스토랑에서 돈가스는 70~80g이었는데 원가부담을 무릅쓰고 고기를 일본식인 150g으로 잘라 두텁게 하고, 시판 빵가루를 사용하지 않고 공정이 까다로운 튀김옷 빵가루를 직접 만들었으며, 기존 돈가스 소스보다 원가가 몇 배나 들어가는 과일 맛 소스를 개발했다. 당시 돈가스 이름은 '일본식 두꺼운 돈가스'로 일본에서 배운 그대로 만들어 본격 판매를 시작했다. 그러나 판매 당날부터 돈가스의 콤플레인이 매일 몇 건씩 발생했다. 고객들에게 더 질 좋은 메뉴를 제공하려 했지만 외면당했던 것이다. 이러면서 일정기간이 지나자 지배인과 주방장이 옛날 스타일로 돌리자고 주장했다. "원가를 더 들여도 고객들이 알아주지 않는 것을 왜 하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직원들의 뜻 보다는 고객의 뜻을 따르기로 했지만 이런 제 맘을 알아주지 못하는 고객들이 못내 아쉽고 섭섭했다.

고객들은 얇은 돈가스에 케첩이 많이 들어간 맛에 익숙해져 있었고 특히 음식에 대한 보수성이 강한 일부 고객들은 많은 원가를 들이고 공들인 좋은 품질의 돈가스도, 새로운 맛도 받아 들이질 않았던 것이다. 결국에는 안타깝긴 했지만 고객들의 뜻을 받아들이게 됐다.

지금은 일본식 돈가스 전문점이 많이 생겨 두터운 돈가스에 익숙해져 있지만 당시엔 이렇게 두꺼운 고기의 일본식 돈가스는 철저히 외면 당했다. 아무리 질 좋은 음식과 그 뜻이 좋더라도 고객이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외면당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1970년대 후반 대구의 동성로에 정통 이태리식 피자전문점(2층)이 생겼다. 인테리어도 이태리식으로 했고, 주방장도 고액을 줘 이태리 사람으로 데려왔다. 수준 있는 사람들 사이에는 맛과 분위기가 아주 좋은 집이라 소문이 났지만 당시 대다수가 치즈와 피자의 맛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터라 결국 1년도 못가고 폐점하고 말았다.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후 수성구에 피자헛이 입점, 단일매장으로 전국 최고의 매상을 올린 것도 같은 이유가 아닌가 싶다. 김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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