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겨울철 '길거리표 간식' 안팔린다

▲ 밀가루값 인상을 앞두고 대구시 북구에서 붕어빵 노점상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걱정이다. 이 상인은
▲ 밀가루값 인상을 앞두고 대구시 북구에서 붕어빵 노점상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걱정이다. 이 상인은 "4개 1천원하는 붕어빵을 3개 1천원에 팔면서 손님들이 줄고 있는데 설상가상으로 원재료까지 또 오른다고 하니 앞으로 어떻게 장사할지 막막하다"고 하소연 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지난달 29일 오후 대구 중구 종로2가 '약전호떡'. 주인 정찬호(69·여)씨는 20년째 호떡을 팔고 있지만 올해같은 불경기는 처음이라고 했다. 10년 전 외환위기(IMF) 때보다 덜 팔린다. 지난해 하루 15만원이었던 매출은 올해 10만원으로 뚝 떨어졌다. 밀가루 등 원재료값 상승으로 호떡 한개는 500원에서 700원으로 올렸고 어묵은 한개 300원에서 400원으로 올렸다. 가격이 오르면서 사 먹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정씨는 "사람들이 불경기로 인해 지갑을 꽁꽁 닫고 있다"면서 "하루 12시간 서서 장사를 하고 있지만 사 먹는 사람이 줄어들어 일할 맛이 안 난다"고 털어놨다.

겨울철 '길거리표 간식'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1천원 한장으로도 서민들이 겨울철 배를 채울 수 있었던 붕어빵, 호떡 등 길거리표 음식들의 가격이 줄줄이 인상되면서 서민간식의 꼬리표가 떨어져나가고 있는 것. 길거리 영세상인들은 불경기 속에 매출 감소와 원가 상승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현재 길거리에서 판매되는 붕어빵의 가격은 3개에 1천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1개가 줄었다. 1천원에 2개 판매되던 호떡은 700원으로 올랐다. 어묵도 1개 300원에서 400원으로 뛰었다.

이는 밀가루와 식용유, LP가스 등 원부자재값이 크게 올랐기 때문. LP가스 1통의 가격은 지난해에 비해 90% 정도 올랐다. 지난 3월까지 1kg에 900원선이던 밀가루 가격은 국제 밀값 상승과 환율 폭등 등으로 2천원선까지 인상됐다. 식용유값도 올 상반기보다 11%가량 올랐으며, 계란값도 국제 사료값 급등으로 올초보다 15% 정도 올랐다.

밀가루 등을 재료로 하는 간식들의 가격 상승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10월 가격인하를 단행했다가 큰 손실을 입은 제분업계가 내년 초 밀가루 가격상승을 예고하고 있는 데다 계란값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밀가루는 또 원자재가격 인상에 따라 지난해 8월부터 관세를 부과하지 않았지만 새해부터는 4.2%의 관세가 적용된다.

이에 따라 밀가루값 인상을 앞두고 붕어빵 등을 판매하는 노점상 상인들은 벌써부터 울상이다. 대구 북구에서 붕어빵 노점상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4개 1천원하던 붕어빵을 3개 1천원에 팔면서 손님들이 줄고 있는데 설상가상으로 원재료까지 또 오른다고 하니 앞으로 어떻게 장사할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경기침체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가운데 붕어빵 등 노점상들은 증가추세여서 영세 상인들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붕어빵 장사를 하는 상인들에 따르면 대구지역 붕어빵 리어카 및 트럭은 1천여대로 지난해에 비해 20% 가량 증가했다.

지난달부터 붕어빵 장사를 시작한 김모(50·대구시 북구 침산동). 그는 개인사업을 하다가 경기침체로 일을 그만뒀으며, 차부품업체 공장에 다니던 부인도 최근 조업중단으로 직장을 잃었다. 김씨는 하루 12시간동안 붕어빵을 굽고 있지만 하루 2만~3만원을 벌기가 힘들다. 김씨는 "요즘같은 불경기에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어 붕어빵 장사를 시작했다"면서 "막상 붕어빵 장사를 시작했지만 사는 사람이 없어 생계를 어떻게 이을지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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