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케네디'라 불리며 미국 대통령 선거에 돌풍을 일으키며 당선된 버락 오바마. 미국의 젊은 세대가 가장 지지하는 정치인, 공화당원들이 가장 좋아하는 진보주의자. 미국 대통령 당선인 버락 오바마는 어떤 사람일까? 오늘의 미국인들은 무엇을 기대하고, 무엇을 바랐기에 버락 오바마를 지지했을까?
이 책은 오바마가 대통령 선거에 나서기 전, 그러니까 연방상원의원 출마 당시 그가 가지고 있던 생각을 담고 있다. 그래서 내용은 오바마가 상원의원 선거유세 중에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한다.
오바마는 유권자와 만남을 통해 미국인의 고결한 품성을 확인했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인들에게는 집단적 양심을 지속적으로 일깨우려는 이상, 여러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공동의 가치, 희망의 끈이 있음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미국의 가치, 미국이 가야 할 길, 미국이 받고 있는 도전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버락 오바마의 이상과 희망, 대안에 관한 내용이다.
오바마는 이렇게 말한다.
"이상의 공유와 공동의 가치를 내세우는 것은 위험한 행위는 아니더라도 대책 없이 순진한 사람처럼 비치기 십상이다. 다시 말해, 정책 수립과 집행을 둘러싼 심각한 견해 차이를 적당히 얼버무리려는 시도나, 더 나쁘게 말하면 현행 제도로부터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의제기를 억누르려는 술책쯤으로 비치는 것이다. 그럼에도 선택의 여지가 없다."
비록 순진하다는 비판, 혹은 무책임한 술수처럼 비칠지라도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진보성향이든 보수적이든 간에 국민들은 정치가들이 엄격하지도, 정직하지도 않으며 기본적으로 상식이 결여돼 있다는 점을 직감한다"고 말한다.
"국민들은 현재 (정치인들의 논쟁과 선택에는) 미국의 가장 중대한 과제가 간과되고 있음을 느낀다. 이른 시일 안에 진로를 바꾸지 않으면 약화되고 분열된 아메리카를 후손에게 물려주는 첫 번째 세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근년의 역사 중 그 어느 때보다 새로운 형태의 정치, 즉 미국인들을 결속할 수 있는 공통의 인식을 찾아내고 이를 강화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가 필요하다."
오바마는 이 책의 주제가 바로 그것이라고 말한다. 지금의 정치와 시민생활을 바꾸는 과정을 어떻게 시작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렇다고 오바마 자신이 그 방법을 명확하게 알고 있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그는 자신이 명확한 방법을 모른다는 점을 바탕으로, 가장 절박한 정책상의 난제들을 제기하면서 미국인이 따라야 한다고 (오바마 자신이) 믿는 행로를 제시하고 있다.
책은 오바마를 공직생활로 나아가게 만든 가치와 이상에 대한 그의 개인적 견해를 담고 있다. 또 미국을 분열시키는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의 양상을 분석하고 어떻게 하면 미국의 정치가 공동선의 관념에 바탕을 둘 수 있을지 자신이 내린 최선의 결론을 제시한다. 물론 이 역시 상원의원과 변호사, 남편과 아버지, 기독교도와 무신론자로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오바마는 책에서 공화당과 민주당으로 대표되는 미국 당파성의 근원, 새로운 정치적 합의의 바탕이 될 만한 공통의 가치, 미국 헌법, 돈과 미디어 이익집단 등 입법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밝히고 있다. 또 미국의 경제적 불안정과 인종적 종교적 긴장상태, 해외 테러행위와 전염병 등 초국가적 위협 등 구체적인 당면과제를 살피고 이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오바마는 이렇게 강조한다.
"나는 언론의 자유를 신봉하며, 특정인들의 종교적 믿음을 비종교인들에게 강요하는 일에 정부가 이용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나는 내 삶의 역정에서 벗어날 수 없다. 나는 여러 인종의 혈통과 문화를 물려받은 흑인의 눈으로 미국의 경험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나는 가끔 민주당이 독선적이어서 국민으로부터 유리되어 있으며 교조적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자유시장과 경쟁, 기업가 정신을 신봉한다. 미국에서 변호사가 줄어들고 기술자들이 늘어나기를 바란다."
잘 알려진 대로 오바마가 미국 전역에 이름을 알린 계기는 2004년 여름 보스턴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기조연설이다. 이 연설에서 오바마는 '하나의 미국'과 '희망의 정치'를 외치고 미국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자고 촉구했다. 3개월 뒤 오바마는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이후 가치와 이념의 분열 속에서도 그는 줄기차게 통합의 메시지를 주장했다. 그리고 끝내 미국의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오바마는 공동의 희망과 가치, 믿음과 통합을 줄기차게 외쳤다. 이런 외침은 미국인에게 감동을 주었고 지지를 얻어냈다. 많은 미국인들이 오바마의 가치를 지지했다는 사실은 지금 미국이 좌절, 분열, 실망, 불신에 차 있음을 방증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미국뿐만 아니라 지금은 전 세계가 희망과 공통의 가치가 필요한 때이기도 하다.
510쪽, 1만9천800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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