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남교의 일본어 源流 산책] 세노(せ-の)

우리나라에서는 무거운 것을 움직일 때나, 모두가 힘을 합칠 때는 '하나, 둘' 하고 다음에 '셋' 하면서 힘을 준다.

이때 '하나, 둘'은 호흡을 맞추기 위한 신호이므로, 바로 옆 사람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말하고, '셋'은 크게 외치면서 힘의 통일을 기한다.

그래서 이를 무심코 듣는 주위 사람들에게는 '셋'이라는 소리만 들린다. 바로 이 한국의 '셋'이 일본어의 '세노'(せ-の)로 변한 까닭이다.

그래서 지금도 일본인들은 모두가 함께 힘을 합칠 때 '세-노'(せ-の)라고 외친다.

이렇게 동시에 힘을 주는 말은, 주로 토목공사 등에서 많이 사용되어 왔는데, 지금부터 1천600년 전의 '인덕(仁德)천황릉'이나 '한인못'(韓人池) 등의 유명한 토목 공사가 고대 한반도로부터 건너온 도래인들에 의해서 만들어졌다고 '일본서기'는 기술하고 있다.

또 일본어에 '하나카라'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은 '처음부터'라는 뜻으로, 한국어의 '하나서부터'라는 말로, '하나카라'의 '하나'도 역시 고대 한국에서 전래된 말이다.

그리고 오사카에는 '아비코'(我孫子)라는 지명이 있는데, 한국의 민족학교인 오사카 건국학교 근처로 그곳의 지하철 역이름도 아비코역(我孫子驛)이다. '아비코'라는 지명은 일본의 동경이나 여러 지방에도 많이 산재해 있는 흔한 지명이다.

그런데,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비' 하면 "아~" 하고 금세 아는 말이지만, 일본인들은 전혀 그 의미를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말은 고대에 건너간 순수한 경상도 방언이기 때문이다.

경상도에서는 자식이 성장해서 어른이 되면, 비록 자기 아들이라 할지라도 이름을 부르지 않고 '아비'라고 불렀으며, 그 '아비의 아들'은 '내 손자'이고, 이를 한자로 쓰면 '我孫子'인데, 일본은 이를 '아비코'라고 읽는다. 따라서 '아비코'는 '내 손자가 사는 곳'이라는 뜻으로, 한국어의 '아비'와 일본어의 자식(子)이라는 '코'가 합쳐져서 된 말이다.

이런 합성어의 예를 하나 더 들면, '달걀'이란 뜻의 '다마고'(たまご)가 있다.

'닭'과 손자(孫子)란 말인 '마고'가 합쳐져서 '닭마고'가 되고, 이것이 '다마고'로 된 것이다. 따라서 일본인들은 달걀(손자)-병아리(아들)-닭(부모)이라는 개념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일본어 '아마이·甘い'는 '달다'라는 뜻인데, 우리말 '달다'와 '아마이'가 합쳐져서 '달콤하다'는 뜻의 '아맛다루이'(あまったるい)라는 말이 생겨났다.

이남교 경일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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