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에 입학하는 자녀 두명을 둔 김모(41·대구 달서구 월성동)씨는 다가올 새 학기가 두렵다. 한 벌에 20만원이 훌쩍 넘는 새 교복값 걱정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 한 해 경기 악화로 남편의 수입이 크게 줄어들면서 한푼이 아쉽다 보니 부담은 더 크다. 김씨는 "헌 교복을 물려받을 만한 곳을 주변에 수소문해봐도 없었다"며 "두벌이면 최하 50만원인데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처럼 신학기를 앞둔 자녀들의 교복 마련 문제로 걱정하는 학부모들을 위해 구청이 교복 나눔 운동을 벌이고 있어 화제다. 대구 달서구청이 지자체에서는 처음으로 추진하는 '스마일링 교복 나누기' 사업에는 한달 만에 800여점의 교복이 기증되는 등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교복나누기 사업'을 알리겠다'며 홍보 전단지 수백장을 받아 간 중학교 학부모회 회원부터 전화를 걸어와 기증 의사를 밝힌 주민 등 수많은 시민들이 이 사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새해 들어서는 나흘 만에 교복 100여점이 들어왔다.
교복을 기증한 주부 이모(40·달서구 상인동)씨는 "자식에게 선뜻 새 교복을 사주지 못하는 부모의 심정이 오죽하겠느냐"며 "내 아이가 입던 교복을 누군가가 고맙게 입어준다면 보람있는 일"이라고 했다.
달서구청 송석범 주민생활지원과장은 "경기 불황 때문인지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열기가 예상보다 뜨겁다"면서 "졸업 시즌인 다음달 중순까지 당초 목표대로 교복 2천여점을 무난히 모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기증받은 헌 교복은 달서구 자활센터에서 '새 것'으로 탈바꿈한다.
6일 찾아간 자활센터에서는 재봉틀이 쉴새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50여명의 센터 회원들이 떨어진 단추를 달고, 터지거나 헤진 곳은 꼼꼼히 박음질한다. 세탁은 기본이고 다름질까지 해 치수별로 정리하고 있었다. 금방 산 교복과 다를바 없었다. 지현주(37·여) 센터장은 "정작 자신도 어려운 주민들이 배운 기술로 이웃을 돕는다는 데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면서 "교복 구입이 버거운 학부모들은 싼 값에 교복을 마련할 수 있어 좋고, 자활센터 회원들은 실습 기회를 얻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고 했다. 교복을 판 돈도 다시 저소득층 자녀들의 교복 구입비로 전액 사용된다.
헌 교복은 달서구청, 인근 종합사회복지관, 주민센터 등에서 기증받으며 택배를 통해서도 가능하다. 다음달 21일부터 달서구 아름다운가게 월성점과 구청 교복장터에서 점당 2천~3천원에 판매된다. 문의 053)667-2524.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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