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이를 함락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목마였다. 트로이의 철옹성을 뚫지 못해 그리스는 전쟁을 10년이나 끌었다. 오디세우스가 목마의 계략을 냈다. 그리스 군의 거짓 퇴각을 믿고 해이해진 트로이가 목마를 성 안으로 끌어들이면서 마침내 무너졌다고 '일리아드'에 기록돼 있다.
石牛(석우)의 전설도 마찬가지다. 기원전 316년 천하 제패를 노리던 秦(진) 혜문왕이 오늘날 쓰촨성에 자리 잡은 촉나라를 치려는 데 침공로가 없어 고민했다. 마침 꾀를 내어 다섯 마리의 돌소를 만들어 그 꼬리 밑에 금을 넣고는 "석우가 금똥을 눈다"며 소문을 퍼뜨렸다. 촉왕이 힘깨나 쓰는 장사 다섯 명에게 길을 내게 하고는 돌소를 촉땅으로 끌고갔다는 것이다. 힘으로만 상대를 꺾는 데는 한계가 분명하고, 뜻을 이루는 데 뛰어난 계책만한 게 없음은 이 두 고사를 두고 하는 말이다.
쟁점법안 처리를 두고 근 한 달 공방을 벌이던 여야가 다시 협상테이블로 돌아왔다. 밀어붙이기와 점거 농성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것을 마침내 깨달은 건가. 그런데 민노당 대표라는 사람은 생각이 다른 모양이다. 어저께 의사당에서 활극을 벌였단다. 미니 야당이라 힘 달리면 계책을 따질 요량이지 어쭙잖은 힘자랑이라니 볼썽사납다. 의원 수준이 이 정도니 대한민국 국회가 전 세계적으로 망신살만 뻗치고 있는 게다.
그러자 누가 "여당은 멀리 보고 국민 앞에 큰 그림을 보여줘야 한다"고 한마디 했다. 무엇을 염두에 둔 말인지 모르겠으나 일단 차원 낮은 싸움은 피해야 한다는 말로 들린다. 툭하면 멱살잡이나 하고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으니 국민이 어찌 진저리치지 않겠나. 손 놓고 있다 뒤늦게 거든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있지만 그래도 계책 없이 싸움질 벌이는 것보다는 낫다.
1035년 고려 정종 때 거란의 기습에 대비해 서북 변방에 축성하고 목채를 세우자 거란이 '석우의 지름길' 운운하며 고려를 힐난했다는 내용이 '고려사'에 나온다. 우리가 그렇게 야만인이라고 낮춰 보던 거란도 싸우는 법이 어떤지를 안다. 밀고 당기다 조금씩 양보하면서 이견을 좁히는 게 바로 전략이고 계책이다. 뜻이 맞지 않아 싸우더라도 계책을 갖고 싸워야 한다. 믿기 힘든 초유의 일만 연일 벌어지고 있으니 변하지 않은 게 국회뿐인가 싶다.
서종철 논설위원 kyo4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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