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대구시에 대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김희철 의원(민주당)은 대구·경북의 경제력이 약화되면서 앞으로 10년 후 일부 지역은 수도권과 부산·경남권으로 빨려들어 대구경제권이 소멸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김 의원은 '안동·영주·문경·상주시 등 경북 북부권 도시들은 대구경제권을 이탈해 수도권 내지 충청권에 편입되고 있다. 포항과 경주를 포함한 경북 동남권은 울산·부산권에 편입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 의원은 '이러다가는 대구·경북 경제권이 해체돼 대구가 동남권 중추 도시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하고 변방의 도시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역에 대한 걱정을 했다.
김희철 의원의 경고는 보다 엄밀한 조사·분석이 필요하겠지만, 대구의 경우 섬유산업 이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쇠락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 부분 공감할 수 있다.
논의를 확대하면, 수도권과 지방 사이의 갈등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대구 뿐만 아니라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이 이구동성으로 수도권 규제 완화를 반대하고 있는데, 그 근거에는 수도권 규제를 완화할 경우 안그래도 피폐해지고 있는 지방경제에 파탄이 온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지난해 11월, 스웨덴의 말뫼를 다녀왔다. 이 도시에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야기되는 사회경제적 문제를 연구하는 글로벌트러스트센터가 있는데 이 센터의 국제이사회멤버로 두 번째 방문이었다. 말뫼는 한때 조선공업을 기반으로 하는 제조업도시였다가 지금은 정보기술과 생명공학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첨단산업과 교육도시로 탈바꿈하였다.
이번 방문 기간 동안 말뫼대학 총장과 저녁을 함께 할 기회를 가졌다. 그는 한국 조선산업의 급속한 성장으로 말뫼 지역이 과거에는 큰 어려움을 겼었는데 이제는 오히려 첨단지식도시로 재탄생하게 되었다고 도리어 자랑을 했다.
해안도시인 말뫼는 바다 건너가 바로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이다. 이전에는 배를 이용하여 왕래하던 두 도시가 2000년 16km에 이르는 다리가 완공되자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이게 되었다. 코펜하겐 공항에 내려 기차를 타면 바다 건너 말뫼 중앙역까지는 채 30분이 걸리지 않는다. 말뫼의 바로 위에는 과학도시 룬드가 있다. 말뫼와 룬드는 거의 하나의 도시나 다름이 없다. 룬드 대학은 스웨덴 내에서 웁살라 대학 다음으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과학연구 분야에서는 세계적 수준을 자랑한다. 코펜하겐-말뫼-룬드 세 도시를 연결하는 지역은 지금 하나의 광역권으로 통합되고 있다. 이 세도시를 묶어 외뢰순드 지역이라고 부른다.
세 도시를 통합해 광역화한 효과는 여러 방면에서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면, 외뢰순드 지역은 이미 생명공학분야에 있어서 미국의 샌디에이고 지역이나 영국의 캠브리지 등과 견줄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세 도시로 각각 나누어져 있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말뫼 지역은 인구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주거비가 비싼 코펜하겐 대신 말뫼에 살면서 코펜하겐으로 출퇴근하는 것이 다리 건설로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고속철도의 개통으로 서울~대구 사이의 거리가 4시간대에서 2시간대로 축소되었다. 수도권과 지방 사이의 통합이나 연계는 어떤 방식으로든 앞으로도 가속화될 것이다. 그런데, 말뫼의 사례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왜 갈수록 지방은 공동화되고 피해를 보는 것일까?.
수도권 규제를 강화한다고 해서 이 문제가 해결될까? 보는 관점에 따라 이 문제에 대한 대답은 다양하게 제기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근본적으로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의 실마리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세계화의 본질과 지식기반경제의 발전 기제를 제대로 이해하는데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구경북 경제자유구역, 테크노폴리스 등 산업단지에 지식창조형 산업을 입주시키고, 교육·의료 R&D 등 지식기반경제로의 이행을 준비하는 대구경북이 스웨덴 말뫼에서 그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서중해 KDI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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