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축제(마쓰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미코시'(御神輿)라고 하는 가마다. 마쓰리만 되면 온 마을 사람들이 훈도시(아래만 가리는 가벼운 팬티 같은 것) 차림의 원시적 복장을 하고 신령을 모시는 가마(輿)를 밀고 끌면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왔쇼이' '왔쇼이' 하는 힘찬 구호를 외치면서 거리를 행진한다.
이러한 모습은 일본의 여기저기서 1년내내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마쓰리 풍경이다. 그런데 이런 마쓰리의 '왔쇼이'라는 구호를 우리 한국인들이 들으면 여지없이 '왔소이' '왔소이'로 들린다.
그리고 일본 마쓰리의 기원도 오사카 부근의 가와치아스카(河內飛鳥)에 자리 잡은 도래인들의 '단지리'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고대에는 일본을 '아시바라노 나카츠구니'(葦原中國)라고 불렀는데, 이를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갈대가 무성한 중간의 나라'라는 말이 된다.
여기서 아시(葦), 즉 갈대는 고대 한국어로 '새'인데, 일본어 모음인 '아'를 더해서 '아새⇒아시'가 되고, 바라(原)는 한국어의 '벌'로 '벌판'을 뜻하며, 이것이 '벌⇒발⇒바라'로 변한 것이다.
따라서 '아시바라'(葦原)는 '새 벌', 즉 '새로운 벌(땅)'이라는 뜻이다.
고대인들은 일본을 '황천(黃泉)으로 가는 중간쯤에 있는 나라'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일본으로 향하는 많은 고대인들은 죽음을 무릅쓴 왕래를 하였으며, 바다 중간쯤에 이르면 '죽음의 의식'을 행했다고 한다.
그래서 무사히 신천지에 당도하면 그들은 기뻐서 무사히 건너온 기쁨을 죽지 않고 무사히 '왔쇼이'라고 외쳐댔고, 그런 기쁨을 모두 함께 나눈 것이 '마쓰리'의 기원이다.
죽음을 넘어서 건너온 일본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장례식에 쓰는 슬픔의 '상여'가 새롭게 태어난 기쁨을 연출하는 의식인 축제의 '미코시'로 바뀌었다.
일본의 방방곡곡에서 축제 때만 되면 목이 터지라고 외치는 '왔쇼이'(ワッショイ).. 그것은 현해탄을 죽지 않고 무사히 건너온 고대 도래인들의 기쁨의 환호성, 그 자체였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일본의 마쓰리를 볼 때마다, 험한 바다를 건너온 이들의 비장한 각오와 새로운 나라에 무사히 도착한 기쁨으로 어쩔 줄 몰라 기뻐 날뛰는 고대 도래인들의 생명의 약동 같은 것을 느낀다.
이렇게 죽음을 각오하고 당도하는 것을 순수한 우리말로는 '이르다'라고 하는데, 고대어로는 '이다르다'이고 이것이 일본어 '이다루'(至る)가 되었으며, '다다르다'라는 말 역시 '도착하다. 당도하다'라는 '다도루'(たどる)라는 말이 된다.
경일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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