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에 이르는 현대식 세계 철강제품 포장역사를 올해 중에 우리 손으로 다시 쓰게 될 겁니다. 세계가 우리 기술로 만든 로봇을 사용하는 시대가 열린 겁니다."
포항공단의 삼정피앤에이(사장 장병기)가 세계 최초로 철강제품 포장용 로봇을 개발하고 글로벌 무대에 뛰어들었다. 기존 업체들은 '로봇개발 성공'이라는 말만 듣고도 앞다퉈 제휴하자며 구애작전을 펼 정도로 가치와 시장성을 인정받고 있다.
포스코같은 일관 제철소에서 두루마리 휴지 모양으로 동그랗게 말아 생산되는 냉연·자동차·스테인리스 강판 등은 녹이 슬거나 표면손상 같은 유통상의 변질·파손을 막기 위해 종이나 얇은 철판으로 감싼 뒤 철제밴드로 가로·세로·대각선 방향 등 3군데 7개 지점을 묶어 출시한다. 포장지를 사용하지 않는 열연강판이나 선재류 등 다른 제품들도 밴딩작업은 공통적으로 거치는 과정이다. 삼정피앤에이는 포스코 포항제철소 가동 이래 지난 35년간 이런 포장작업을 해 온 포장전문 기업.
동그랗게 말려 있는 강판롤은 무게가 20t을 넘는데다 이를 이리저리 옮겨가며 각각 방향이 다른 7군데 지점을 묶어야 하는 탓에, 포장라인은 작업대 길이만 25m나 되고 공정의 상당 부분이 수작업이어서 철강업체들은 '포장'을 대표적인 고비용 저효율 공정으로 지목해왔다. 포스코의 경우 지난 해에만 500억원을 포장 인건비로 지출했을 정도다. 게다가 현재 국내 업체들이 설치한 포장 자동화 장비는 전량 외국에서 수입한 것이어서 포장업체들은 수입의 상당 부분을 설비구입비로 다시 외국사에 지출하는 저수익 구조에 놓여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삼정피앤에이는 2007년 여름 로봇개발에 들어갔다. 별도의 연구인력 없이 박기덕(57) 전무, 송승용(49) 이사보, 김옥만(43) 주임 등 현장 전문가들이 머리 속에서 구상하고 있던 핵심기술을 꺼내놓고 토론을 통해 핵심기술만 발췌, 이런 작업을 수행할 로봇을 만들었다. 구상부터 로봇 완성까지 전부가 순수 자체기술인 것은 물론이다. 밤잠을 설쳐가며 로봇을 만들고 부수기를 여러차례 거듭한 끝에 지난해 마침내 지난 10월 '작품'이 나왔다. 다시 완벽한 제품에 도전한 끝에 지난해 12월 29일 '완전성공'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송 이사보는 "시험 조업을 통해 작업라인 길이를 기존의 4분의 1 정도인 5m 정도로 줄였고, 두 개의 팔로 구성된 로봇이 한 자리에서 이리저리 돌아가며 밴딩, 용접, 컷팅의 3단계 작업을 완벽하게 끝내, 흠잡을데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포스코를 비롯해 전세계 철강사들에 설치돼 있는 밴딩설비는 연간 시장 규모가 1천억원대에 이르지만 미국의 한 회사가 70%를 점유하고 나머지는 일본과 독일회사가 각각 15% 가량씩을 점유, '영원히 깨지지 않을 3강 체제가 구축돼 있다'는게 정설처럼 여겨져 왔다. 삼정피앤에이도 미국산 장비로 지난 35년간을 버텨왔다. 따라서 직원들 사이에서는 포장작업비를 벌어도 외국기업들에 설비구입비 지급하고 나면 크게 남는게 없는 장사를 해왔다는 자조도 많았는데 자체 로봇 개발로 엄청난 수익성 제고효과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더욱 괄목할 것은 기존 포장설비 업체를 비롯한 철강 관련사들의 반응이다. 로봇기술 완성단계에서 미국, 일본 등에 특허가 출원되자 그 동안 세계시장을 석권해온 미국회사는 '특허권을 팔거나 아니면 판매권만이라도 팔아라'며 매달리기 시작했고, 포스코 같은 철강사는 '무조건 설치하겠다'며 입도선매식 로봇도입 계약체결을 추진중이다. 달러주고 사오던 설비를 더 많은 달러를 받고 수출하는 것으로 전세역전에 따른 부가가치는 더욱 커지게 됐다. 로봇으로의 설비대체와 공정축소 등에 따라 50% 가량의 원가절감도 예상하고 있다.
장병기 사장은 "연간 200억원대로 추산되는 국내 시장은 내년까지 90% 이상을 우리 제품으로 대체하고 세계 시장도 2012년까지 50% 이상을 점유해 포장전문 기업에서 세계 최고의 포장설비 엔지니어링 전문업체로 도약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또 로봇형 결속기를 포함해 현재 90% 정도에 도달한 포장라인 전체의 로봇화 기술도 올해 중으로 완성해 포장전문 기업이 세계 최대·최고의 포장설비 전문기업으로 완전하게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자랑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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