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車업계 감산·법정관리 직격탄…지역부품업계 가보니…

쌍용자동차가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현대자동차가 올 1분기 생산물량을 크게 줄일 계획을 내놓자 대구경북 협력업체들은 고용불안과 연쇄 도산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며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감산·감원·연쇄도산 공포

현대자동차는 지난 주말 2009년 1분기 운영계획 설명회에서 생산물량이 작년 동기보다 25∼30%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대부분 공장의 주말 정상근무 시간(주·야간 8시간)마저 줄여야 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현대차의 발표에 따라 지역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새로운 경영계획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한 자동차 부품업체 임원은 "현대차에 납품하는 물량이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사업계획을 당초보다 30% 정도 축소해야 할 것 같다. 현재 공장 가동률이 예전의 70% 정도인데 더 줄인다면 일부 직원을 해고해야 할 형편"이라고 했다.

아반테 등 준중형이하 부품을 주로 납품하는 자동차 부품회사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형편이다. 경산의 한 업체 간부는 "그동안 30% 정도 감산을 했으나 아반테와 베르나 등 소형차 라인은 정상 가동을 하고 있어 다행이다. 조금씩 가동률이 올라 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간부는 "전체적으로 자동차 시장이 수출과 내수 모두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당분간 고용유지지원금을 통해 교육을 하면서 시장 상황을 지켜볼 계획"이라고 전했다.

◆2, 3차 밴드는 더 심각

지역의 2, 3차 밴드들 상황은 더 심각하다. 성서공단의 2차 협력업체 간부는 "재고 누적에 따른 감산으로 지난 연말 이미 10여명을 내보냈는데 또다시 2차 구조조정을 해야 할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또다른 3차 부품업체 관계자는 "이미 원청업체에서 일감의 상당수를 되가져 간 상황에서 다시 물량을 빼앗기게 돼 가동률이 40%도 안된다. 도산을 눈 앞에 두고 있다"고 울먹였다.

쌍용자동차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지역의 얼마 안되는 협력업체들도 연쇄도산을 하지나 않을까 좌불안석이다. 대구경북에서는 전체 부품업체의 5% 정도가 쌍용차에 납품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정관리 신청으로 자금 회전이 여의치 않을 경우 하청업체들의 연쇄도산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의 쌍용자동차 협력업체 몇몇은 지난달 계속 고용을 위해 노동부 고용유지훈련을 했으나 쌍용차의 법정관리 신청 이후 고용유지훈련도 회사의 부담으로 작용해 훈련을 포기했다.

쌍용차의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지난 12월 초순부터 고용유지훈련을 했으나 상황이 악화돼 훈련을 포기하고 조만간 대규모 구조조정을 해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산산업단지관리공단이 공단내 자동차부품 66개 업체를 대상으로 이달의 조업상황을 파악한 결과, 일시 휴업이 7개 업체이고, 조업단축이 3개 업체, 감원이 2개 업체 30여명, 11개 업체는 고용유지교육을 받고 있었다.

◆실질임금 절반 수준으로 뚝

감산에 따라 잔업과 특근이 없어지고 성탄절을 전후한 장기 휴업 등으로 노동자들의 임금이 예전 정상시절보다 60% 수준으로 떨어졌다. 상당수 노동자들은 알팍해진 월급 봉투를 만회해 보려고 대리운전이나 아르바이트 등 다른 일을 해보려고 하지만 이마저 여의치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GM대우차 협력업체에 근무하는 10년 경력의 생산직 한 노동자는 "기본금을 포함해 잔업과 특근을 통해 월 평균 330여만원의 월급을 받았으나 이번에는 정상근무만 하면서 220만원을 받았다"고 했다.

다국적 부품업체에 근무하는 성서공단 한 노동자는 "주변의 1차 협력업체 직원들은 그동안 야근과 특근을 해서 300만원 이상 월급을 계속 받자 조금 무리해서 아파트를 구입했었다. 요즘 실질소득이 평균 60∼70%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대출금 이자를 못내는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2, 3차 밴드 종사자들은 더욱 어렵다. 3차 협력업체 한 노동자는 "가뜩이나 열악한 근무여건에도 잔업과 특근을 통해 200만원이 조금 넘는 월급을 받았으나 잔업과 특근이 없어지면서 120만원 정도를 받는 바람에 애들 학원을 끊었다"고 했다. 그는 "1차 협력업체가 기침을 하면 2차 업체는 감기 수준, 3차 업체는 독감에 걸리는 상황"이라면서 "주변에는 설을 전후해 '잘리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2차 협력업체에 근무했던 한 여성은 "지난해 연말 감산에 따른 구조조정을 하면서 가장 먼저 여성들이 해고됐다"면서 "당분간 실업급여를 받아 생활은 하겠지만 빠듯한 살림에 앞으로 살 길이 막막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일감이 줄어들며서 임금을 보전하기 위해 대리운전 업체나 식당 등에는 두가지 일을 하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려는 노동자들이 몰리고 있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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