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변호사도 "춥다, 추워"…국선변호인 신청 늘어

불황 여파가 변호사 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그동안 인지도가 낮다는 이유 등으로 지원자가 적었던 국선변호사 신청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변호사들의 공익활동 참여가 높아진 면도 있지만 심각한 경제 불황을 감안하면 월 100만원 안팎의 고정된 수입 때문이라는 얘기가 많다.

대구지방변호사회에 따르면 올해 대구에서 국선변호인을 신청한 변호사는 모두 109명(대구지법 84명, 서부지원 25명)으로 지난해 84명에 비해 30% 가까이 늘어났다. 이들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심사를 통과해 국선변호인으로 활동할 수 있다. 대구의 한 변호사는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신청인이 적었던 서부지원 국선변호 신청자가 2배까지 늘어난 데는 고정 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법원은 현재 국선변호인에 대해 기소 전 사건은 대략 10만원, 재판기일이 길어지거나 증인 심문이 많은 경우는 20만원 정도를 지급하고 있다. 대구는 지난 한해 국선변호인 1인당 4, 5건의 재판을 맡아 변호했다.

대법원이 지난달 중순 마감한 '2009년 국선전담변호사'에는 40명 선발 예정에 174명의 변호사가 지원, 4.4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23명을 선발한 2008년에는 47명(2대1), 19명을 뽑은 2007년은 53명(2.8대1)이 지원했다. 특히 올해부터 국선전담변호사 제도가 전국 고등법원과 지원에도 확대 실시되면서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에서는 공익 활동에 대한 변호사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높아진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변호사들의 경우 국선변호를 비롯해 사회복지관, 경찰서, 유치장 등에서의 법률상담 활동을 의무화하고 있다. 대구의 또 다른 변호사는 "(국선변호인)수가 늘면 1인당 재판도 줄기 때문에 단지 '수입'을 위해 국선변호를 맡는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구지방변호사회 장익현 회장은 "요즘처럼 변호사업계가 어려웠던 적은 일찍이 없었다"며 "경비절감을 위해 변호사들이 합동사무실로 통합하거나, 법인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국선변호인 신청이 느는 것은 불황의 단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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