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아침에 세 개

한 원숭이 조련사가 있었다. 그는 봄과 여름 동안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씩 원숭이들에게 바나나를 주곤 했다. 그러다 밤이 길어지는 가을이 오자 그는 원숭이들에게 말했다. "지금부터는 낮보다 밤이 더 기니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씩 바나나를 주겠다." 이 말은 들은 원숭이들은 화를 내며 길길이 날뛰었다. 그 모습을 본 조련사가 다시 말했다. "알았다. 지금처럼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를 주겠다." 이 말은 들은 원숭이들은 만족해하며 조용해졌다.

내가 사는 곳은 팔조령 너머 청도 산 속이다. 산 속이래야 대구 도심 한가운데서 삼십 분 남짓 거리지만 이곳은 마을에서 제법 떨어진 터라 유선전화가 없다. 유선 전화가 없는 관계로 유선 인터넷 사용이 불가능하다. 현대 정보통신의 꽃인 인터넷으로부터 버림받은 작은 불편함이 있지만 심각하지는 않다. 급하게 자료를 보내야 하는 경우에는 약 십 분 정도 거리에 있는 면사무소나 면소재지의 친구 가게에서 인터넷을 할 수 있고, 주중에 두어 번은 대구에 나가니, 노트북이나 늘 가지고 다니는 아이팟으로 무선 인터넷이 가능한 카페에 앉아 에스프레소 한잔의 여유를 즐기며 메일을 확인하거나 서핑을 하면 되는 까닭이다. 그래서인지 정보통신 세계 최강국인 대한민국에서 인터넷 인프라에 관한 한 극빈자로 사는 내가 나날의 삶에서 느끼는 것은 박탈감보다는 오히려 해방감과 풍요로움이다.

날마다 퍼붓는 스팸 더미와 그 쓰레기들을 지우는 짜증스러움으로부터 자유로움은 말할 것도 없고, 바이러스 감염이나 컴퓨터의 자료를 해킹당할까 조바심할 필요도 없다. 이베이나 인터넷 쇼핑몰을 헤매고 다니며 불필요한 쇼핑을 하지 않으니 결제해야 할 카드대금도 가볍다. 이런저런 사이트를 기웃거릴 시간을 모아 책을 읽거나, 나를 따라다니며 행복해하는 개들과 더불어 숲 속 산책도 자주 하게 되니 나날이 여유롭다. 또 밤늦도록 인터넷에 떠다니는 삶과는 별 무관한 정보들로 머리를 어지럽히는 대신, 밤하늘을 보며 쏟아지는 별빛과 더불어 전해오는 저 우주의 신비로움과 장엄함으로 가슴을 적시는 기회를 자주 갖게 되니 마음이 나날이 삿됨에서 멀어지고 청정해질 수밖에 없음도 감사할 일이다.

오늘 밤도 여지없이 머리 위에 펼쳐지는 별들의 성찬을 즐기다 새삼 깨닫는다. 조물주의 시계는 털끝만한 어긋남도 없고, 그 잣대는 치우침이 없음을.

식탁이 풍요로운 자는 입맛이 쓰고, 식탁이 가난한 자는 음식이 입에 달다. 침대가 호화로운 자는 불면증에 괴로워하나, 걸인은 잠자리가 불편해도 단꿈에 젖는다. 앞뒤를 바꾸어도 합은 일곱 개다.

박진우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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