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명대 음대 '한국의 줄리아드' 도약 꿈꾼다

▲ 계명대 관현악과 학생들이 폴란드 국립쇼팽음악대학 학생들과 연합 오케스트라를 이뤄 바르샤바에서 합동음악회를 열었다.
▲ 계명대 관현악과 학생들이 폴란드 국립쇼팽음악대학 학생들과 연합 오케스트라를 이뤄 바르샤바에서 합동음악회를 열었다.
▲ 내년 개교 200주년을 맞는 폴란드 국립쇼팽음악대학 전경. 이 학교는 지난 1998년 계명대와 연계학위제 프로그램을 설치해 계명대 학생들을 우수한 음악가로 성장시키고 있다.
▲ 내년 개교 200주년을 맞는 폴란드 국립쇼팽음악대학 전경. 이 학교는 지난 1998년 계명대와 연계학위제 프로그램을 설치해 계명대 학생들을 우수한 음악가로 성장시키고 있다.

계명대 음악·공연예술대학 교수와 학생 50여명은 2009년 새해를 폴란드에서 맞았다. 폴란드 바르샤바와 비야이스토크의 오케스트라 공연에 초대받았기 때문이다.

폴란드는 쇼팽이 태어난 곳. 그곳에서 폴란드 국립쇼팽음악대학생과 계명대 음대생이 함께 쇼팽 음악을 연주한 것이다. 이 쾌거는 지역 음대생들의 실력 덕분이기도 하지만, 계명대가 폴란드와 연계학위제 프로그램을 시작했기 때문. 계명대 음대는 이번 폴란드행을 계기로 음대에 대한 지원을 늘려 한국의 줄리아드로 도약할 길을 열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사실 벌써부터 계명대는 음악적 재능이 있는 고등학생을 찾아가 서울 진학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입학을 설득하는 등 제2의 조수미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폴란드에서 울려퍼진 지역 대학생들의 연주는 어떤 하모니를 만들었을까.

◆폴란드에 울려퍼진 아리랑.

1월 3일 오후 바르샤바 국립쇼팽음악대학 그랜드 콘서트홀에서는 뜻깊은 신년음악회가 열렸다. 계명대 관현악과 학생 40여명과 폴란드 국립쇼팽음악대학 학생들로 구성된 양국 오케스트라의 합동음악회가 열린 것. 두 학교가 함께 준비한 음악회는 2009년 새해를 밝혔으며, 화합의 공연은 100여 청중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이들의 공연은 시간이 흐를수록 빛을 더했다. 한국 학생들의 관악협주에 이어 폴란드 학생들의 현악협주가 끝난 2부 공연에서 양국 학생들은 손에 손을 잡고 무대에 올랐다. 이어 한국인 지휘자의 손짓에 맞춰 양국 학생들이 연주한 '아리랑'이 흘러나오자 청중의 환호는 절정에 달했다. 한 폴란드 교민은 "고국에서 찾아온 어린 후배들의 공연에 뿌듯함과 감동을 느낀다"고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한국 교민들의 반응만 뜨거운 것은 아니었다. 공연장을 가득 메운 바르샤바 시민들도 동양인 학생들의 연주실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바이올린 연주자였다가 지금은 은퇴했다는 함식씨는 "음악의 본고장이 아닌 비유럽권 학생의 공연은 처음 봤지만 한국 학생들의 연주 실력에 솔직히 감탄했다"고 말했다.

◆열살 된 계명-쇼팽음악대학.

지난해 12월 31일 밤 폴란드 바르샤바 '콩그레소바' 대공연장에서는 성대한 신년맞이 음악회가 열렸다. 음악회에 출연한 레삭 시비진스키(테너), 베아타 바르댁(메조 소프라노) 등 폴란드를 대표하는 성악가 8명 틈에 낯익은 여성이 눈에 띄었다. 자그마한 체구의 이 동양인 소프라노의 입에서는 2시간 공연 내내 믿을 수 없는 고음들이 흘러나왔다.

지난 2006년 계명-쇼팽음악대학을 졸업한 손예영(26)씨. 그가 폴란드를 대표하는 성악가들과 나란히 무대에 서게 된 것은 계명-쇼팽음악대학이 큰 역할을 했다. 손씨는 고교 졸업 후 서울로 진학하려고 했지만 디오페라단 박희숙 단장의 권유와 계명-쇼팽음악대학 프로그램 때문에 계명대 진학을 선택했다고 했다. "음악의 본고장은 유럽이잖아요. 유명한 성악가가 되려면 유럽유학이 필수인데, 국내에서 7학기를 마치고 바로 폴란드 국립쇼팽음악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계명-쇼팽음악대학 프로그램에 끌리더군요."

2년 동안의 폴란드 생활은 그에게 무한한 잠재력을 폭발시키는 계기로 작용했다. 독일 라인스베르그 콩쿠르 1등, 폴란드 황금목소리(Zloty glos) 콩쿠르 2등 등 각종 콩쿠르에서 입상하며 유망주로 급부상했다.

현재 유럽 성악가 모임인 '유러피안 파운데이션'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손씨는 "많은 계명대 학생들이 폴란드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다들 학교가 마련한 계명-쇼팽음악대학 프로그램에 만족하고 있다"며 "앞으로 조수미씨처럼 세계적인 오페라 성악가로 성장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의 줄리아드로

계명대는 올 초 대명동 캠퍼스에 홀로 떨어져 있던 음악·공연예술대학을 본부가 있는 성서캠퍼스로 옮겼다. 이는 지난 2005년 한국인 최초로 '쇼팽 국제음악콩쿠르'에서 3위를 차지, 21세기 '젊은 거장'으로 주목받는 피아니스트 임동민(29)씨를 지난해 8월 전임교수로 파격 채용하고 최첨단 시설을 자랑하는 계명아트센터를 개관하는 등 '한국의 줄리아드'로의 도약을 꿈꾸는 계명대의 첫걸음이었다.

이러한 계명대의 비전은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쇼팽 국제음악콩쿠르 아·태 대회 유치로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계명대 음악·공연예술대학 이승선 교수(작곡가)는 "이번 폴란드 방문을 계기로 올 11월쯤 계명대와 주한 폴란드대사관이 공동 주최하는 쇼팽 국제음악콩쿠르 아·태 지역대회 유치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명성의 쇼팽 국제음악콩쿠르는 5년마다 폴란드에서 열리는데, 지금까지는 본선 참가자격을 각 지역 대표에게 부여하고 있다. 계명대는 내년에 열리는 쇼팽 국제음악콩쿠르에 참가할 아·태 지역 대표를 선발하는 지역 예선대회를 계명대에서 여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이 교수는 "올해 11월 계명대가 유치한 쇼팽 국제음악콩쿠르 아·태 지역대회가 오는 2015년에 열리게 될 쇼팽 국제음악콩쿠르 본선대회와 연계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1998년 계명대와 폴란드 국립쇼팽음악대학의 교육과정 공동운영 협정 체결로 탄생해 지난해 10주년을 맞은 계명-쇼팽음악대학에 대한 현지 평가가 좋고, 세계에서 세번째로 쇼팽 흉상이 계명대 성서캠퍼스에 설치되는 등 한-폴 양국의 관계가 더욱 밀접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글=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사진=최윤정(계명대 관현악과 4년).

※계명-쇼팽음악대학은?

계명-쇼팽음악대학 학·석사 연계과정은 계명대 음악·공연예술대학에서 4학년 1학기까지 7학기를 이수한 뒤 매년 7월 중 폴란드 바르샤바 국립쇼팽음악대로 2년간 유학을 가 학사와 석사학위를 동시에 받게 되는 학·석사 연계 취득 과정이다.

폴란드 국립쇼팽음악대와 공동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폴란드 국립쇼팽음악대에서 파견돼 계명대에 상주하는 폴란드 객원교수와 아티스트 펠로가 전공 실기를 지도하고, 유럽 음악원의 주2회 실기 레슨 시스템을 받을 수 있는 등 음악인재 양성 프로그램으로 각광받고 있다.

지원자격은 매년 계명대 음악·공연예술대학 관현악과(바이올린·첼로·플루트)와 성악과, 작곡과, 피아노과 입학예정자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으며, 정시 및 수시 입학전형시의 실기성적과 해마다 2월 중순에 열리는 별도의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다.

매년 6개 분야에 총 30명 내외의 학생들이 선발되며, 현재 4학년 1학기 과정을 마친 35여명의 계명대 학생이 폴란드 국립쇼팽음악대에서 석사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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