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여년 전 일연스님(1206~1289)이 홀로 전국을 헤매었듯이 이재호도 그의 길을 걸었다. 일연이 삼국유사를 완성한 인각사를 시작으로 처음 출가했던 강원도 양양 진전사에서 끝을 맺었다. 일연의 자취에 자신의 발자국을 포개 글로 풀어냈다.
저자는 일연이 여름에 본 곳은 여름에 갔고 겨울에 흔적을 남긴 곳은 겨울을 기다렸다. '무대는 1200년전 서라벌의 눈 쌓인 어느 겨울날, 날은 저물었는데 정수 스님이 삼랑사에서 황룡사로 돌아오는 길에 천엄사 문 밖을 지나게 되었다. 그때 거지 여인 하나가 어린아이를 낳고는 얼어서 거의 죽을 지경이었다…' 이런 식이다.
우리나라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치고 삼국유사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끝까지 다 읽은 사람 또한 드물다. 최남선이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가운데 둘 중 하나만 남겨야 한다면 당연히 삼국유사를 고르겠다고 했듯이 삼국유사는 마르지 않는 상상력의 보고이자 한민족의 생활과 정서가 배어있는 스토리텔링의 원형이다. 이 책을 읽노라면 그냥 스쳐간 경주의 것들이 두꺼운 사연으로 새롭게 다가온다. 374쪽 1만5천원.
김순재기자 sj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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