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자본주의는 그 어떤 체제보다도 강력한 헤게모니를 행사하고 있습니다. 고도의 대중 조작 체계를 장악하고 이성의 포섭뿐만 아니라 감성의 포섭까지 완성해놓고 있습니다. 『강의』 신영복 지음/돌베게/515p/1만8천원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경쟁한다. 어머니를 놓고 아버지와 경쟁하는 것이다. 자아(ego)의 형성은 결국 이기심을 바탕으로 진행된다. 그래서인지 영어에서는 이기주의자를 '에고이스트'(egoist)라 표기한다. 사실 그러고 보면 인간은 평등하지 않다. 강남과 강북이, 4년제 대학과 2년제 대학이 평등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나와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평등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자아 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랬다면 인류의 삶은 일찌감치 지옥이 됐을지도 모르겠다. 다행히 인간에게는 '초자아'(superego)라는 무의식의 '규제'가 있다. 초자아는 자아가 마음껏 자행하고 싶은 강간과 약탈을 막아준다. 배려와 자제를 가르치고 나아가 희생과 숭고의 정신을 가능케한다.
인간이 근본적으로 이기적인 존재라면, 자유 시장경제 체제는 인간의 본성과 부합하는 그럭저럭 괜찮은 제도이다. 경쟁심은 분명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잠재력을 끌어낸다. 열심히 공부한 사람이 사회적 지위를 얻는 것은 당연하다. 땀흘려 일하고 경제적으로 사고한 사람이 부자가 되어야 한다. 그것은 대부분의 우리 국민이 동의하는 원칙이라고 본다.
자본주의가 인간 자아의 본성에 부합한다면 행정부와 사법부, 국회 그리고 언론기관과 방송국과 공기업은 이제 초자아의 역할을 맡아줘야 한다. 경쟁을 부추기기만 할 것이 아니라 공정한 원칙과 중재의 장을 만들어 줘야 한다. 80조원 어치 감세를 할 여유가 있다면, 그 돈으로 청년들에게 안정된 일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이 옳다. 수도권만 잘 살고 지방이 가난해진다면, 공기업을 지방으로 옮기고 수도권을 규제하고 종부세로 지방재정을 확충해야한다. 자본에게 희생과 숭고의 정신을 강요하지는 않더라도, 소수의 목소리를 배려하게 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위험한 증식을 자제시켜야 한다.
신영복 선생의 동양 고전 '강의'는 주제가 분명한 책이다. 먼 과거의 제자백가 사상을 강독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이 분명 '전제'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은 이런 매서운 책이 시원스럽게 읽힌다. 그것은 어쩌면 우리 사회가 양심도 죄책감도 자기비판도 없는 '초자아 상실의 시대'로 가고 있다는 반증일런지도 모르겠다.
주 이래로 규제 방식에는 예와 형이라는 두 가지 방식이 있었습니다. 공경대부와 같은 귀족들은 예로 다스리고, 서민들은 형으로 다스리는 방식이었습니다. ....... 오늘날 역시 군주는 아니더라도 지배계층이 법을 독점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해야 합니다. 입법과 사법을 동시에 장악하고, 금과 권을 동시에 장악하고 있는 현실을 부정할 수 없는 것이지요. 『강의』상동
박지형(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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