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불황에도 "예스 위 캔"…산학장학제로 취업 미리 보장

내달 졸업을 앞둔 경북대 전자전기컴퓨터학부 4학년 이보람(23·여)씨는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전례 없는 최악의 고용대란을 맞아 취업 준비에 한창이어서일까? 아니다. 그는 졸업식 직후 바로 시작되는 기업체 신입사원 연수 준비로 바쁜 것이다.

이씨에게는 좁디좁은 취업문이 남의 일처럼 들린다. 3학년이던 지난해 이미 삼성전자에 취직이 됐기 때문이다. 이 학교 전자전기컴퓨터학부 재학생들을 위한 산학장학생제도 덕분이다. 이 학부 재학생들은 2학년을 마친 뒤 학교와 기업체가 공동으로 마련한 삼성전자, LG전자, 만도, 하이닉스 등 4종류의 산학장학생에 신청, 최종 선발되면 2년 동안 해당 기업체로부터 매달 50만~100만원의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할 수 있다.

게다가 졸업 후에는 신입사원으로 채용되는 특혜까지 얻게 된다. 이씨는 "한해 15~20명가량 선발하는 산학장학생이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고 했다. 올 3월 사상 유례없는 취업한파가 불어닥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씨처럼 행운을 누리는 지역 대학생들이 적잖다.

계명대 회계학과 4학년에 재학중인 김재봉(27)씨는 지난해 12월 겨울방학을 이용해 한국무역협회에 인턴으로 취업을 했다. 졸업 후 이곳에 입사지원을 하기 위해 미리 경험을 쌓기 위해서다. 서울지역 학생들도 힘들다는 무역협회에 지방대생인 김씨가 인턴 사원으로 채용된 것은 그가 3학년 때 가입한 취업동아리 덕이다.

'바늘구멍 취업난도 뚫는 괴물을 키우자'는 의미인 이 취업동아리의 이름은 '괴물'. 2006년 계명대 경영대학생 위주로 처음 생긴 이 동아리는 3년이 지난 현재 '계명대 입학하기보다 괴물에 들어오기가 더 힘들다'는 인식이 생길 정도로 명성이 높아졌다. 이 동아리 회원들 모두가 금융권과 대기업 취업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괴물'은 한 해 10명 미만의 학생만 모집한다. 자격 요건도 4학년 남학생으로 한정하고 있다. 지난 17일 공개모집한 올해 '괴물' 신입회원에 100여명의 학생이 신청서를 냈다. 동아리 자체 심사와 면접을 거쳐 5명의 신입회원이 선정됐다.

김씨는 "회원들은 매일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1시까지 공부를 하는데, 학과 수강신청을 동아리 공부시간을 피해 할 정도로 동아리 회원들의 열정이 높다"며 "올해부터는 자격을 완화, 3학년과 여학생들도 참가할 수 있는 '괴물 주니어'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영남대 취업스터디도 학생들 사이에서 취업난 돌파구로 각광받고 있다. 2006년부터 운영 중인 이 모임은 첫해 14개에 불과했지만 참가 학생들의 취업률이 높아지면서 덩달아 인기도 급상승해 이듬해에는 20개, 지난해에는 32개로 늘어났다. 실제 취업률도 2년 연속 80%가 넘었으며, 국내 매출액 규모 500대 기업 취업률도 73%에 이르고 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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