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용산 慘劇에 정권 발목 잡히지 않으려면

어제 서울 용산 재개발 반대 농성장에서 민간인 5명과 진압 경찰 1명이 숨지는 불행한 사태가 일어났다. 재개발 현장마다 충돌이 빈발했지만 인명피해가 많은 참사는 처음 있는 일이라 전해지는 충격은 이만저만 크지 않다. 더구나 경제불황으로 민심이 날카로워져 있는 때라서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많은 국민이 걱정하고 있다.

이번 참사의 일차적 원인은 화염병에 있다. 화염병은 지난날 폭력시위의 단골 수단이었으나 대형사고 위험 때문에 처벌을 강화하면서 한동안 사라졌었다. 그랬던 흉기가 다시 등장해 돌이킬 수 없는 참변을 일으킨 것이다. 농성자들은 사건이 터지기 전날에도 경찰과 주변을 향해 화염병 20여 개를 격렬하게 던졌다고 한다. 여기에다 점거한 건물에 시너 70여 통을 쌓아 놓고 있었다고 하니 대형 참극에 도화선을 깔아놓은 거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도심 한복판에서 법을 깔아뭉갠 과격 시위가 화를 불렀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사태가 이렇게 터진 만큼 경찰의 책임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당한 공권력 행사였을지라도 진압과정의 적정성 논란은 불가피한 것이다. 지난해 촛불시위를 경험해 법과 질서를 강조해온 공권력의 강경 드라이브가 무리수를 두지 않았나 점검해 볼 일인 것이다. 화염병 등장을 공권력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해 강경 진압에 몰린 조급증이 '만일의 사태'를 소홀히 여겼을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바로 전날 개각을 통해 새로운 출발을 다진 정부로서는 난감한 처지일 것이다. 정권의 심정은 어떡하든 조기에 정리하려는 데 가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민심이 납득할 수습조치가 따라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아무리 갈 길이 바쁘지만 정권의 발목이 잡히지 않도록 판단해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참극을 촉발한 외부세력과 이 사태에 올라타 사회불안을 충동하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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