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전읽기]종일위지소여하여 능만경지망연하니…

縱一葦之所如(종일위지소여)하여 凌萬頃之茫然(능만경지망연)하니

浩浩乎憑虛御風而不知其所止(호호호빙허어풍이부지기소지)하며

飄飄乎如遺世獨立(표표호여유세독립)하여 雨化而登仙(우화이등선)이라.

임술(1082년)년 가을 음력 7월 16일 정적들에 의해 중국 황주로 유배된 동파(東坡) 소식(蘇軾)은 답답한 심경과 처지를 훌훌 털어버릴 요량으로 지인과 함께 적벽(赤壁)으로 뱃놀이를 간다. 맑은 바람이 서서히 불고 있지만 물결은 잔잔하기만 한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뱃놀이에 빠져드니 어느 새 달은 동산 위로 휘영청 떠오르고 이슬은 강물 위로 살포시 비껴내려 앉아 물빛마저 하늘에 닿아 있는 풍광이 연출된다. 소식은 이때의 심경을 삼국지에 나오는 조조와 주유 및 제갈공명과의 한판 대회전인 적벽대전을 모티브 삼아 글을 짓는데 바로 인구에 회자되는 천하 절창인 '적벽부(赤壁賦)'이다.

'한 조각 작은 배 가는 대로 내어 맡기고 망망한 만경창파를 건너간다. 넓고 넓은 것이 허공을 타고 바람을 모는 듯, 그 머무는 곳을 모르겠고 가벼이 떠올라 속세를 버리고 우뚝 서 있는 듯, 날개 돋아 신선이 되어 하늘을 오르는 듯하다.' 소식의 호연지기가 잘 드러난 구절이다. 때마침 영화 '적벽대전' 후편도 공개됐다. 영상으로 복원된 적벽의 풍광이 새삼 궁금하다. 하지만 소식이 찾은 적벽은 실제 적벽대전이 치러진 곳이 아니다. 중국 호북성엔 '적벽'이란 지명이 4곳인데 적벽대전이 벌어졌던 곳은 가어(嘉魚)현 동북쪽 장강변이고 동파가 뱃놀이를 했던 곳은 황강(黃岡)현 성 밖에 있는 적벽이었다. 후에 작가는 고사 인용이 잘못됐음을 시인했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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