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굵직한 메시지 담은 작품 가득…설 연휴 TV영화 안내

설 명절이다. 지상파 TV에서 각종 영화 특선이 쏟아진다. 올해는 전기세 낭비하며 리모컨을 돌리지 말자. 주제별 테마별 영화를 추천한다. 1930년 이후 최대의 경제공황을 맞이한 해인만큼 흥미진진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상업영화'들이 대세를 이룬다. 결혼과 경제난, 흑백 갈등, 인간의 물욕 등 굵직한 메시지를 담은 영화를 미리 살펴봤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

싱글들에게 명절은 부담스러운 연휴다. 가까운 친지부터 먼 친척까지 약속이나 한 듯 결혼 계획을 물어댄다. 도망치듯 또는 귀찮아 내팽겨 둔 결혼에 대해 정윤수 감독은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라고 진지하게 묻는다. '아내가 결혼했다'로 충무로 신예감독으로 떠오른 정윤수 감독은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KBS2, 23일 밤 11시 5분)를 통해 사랑의 진정성을 되묻는다. 또 사랑의 가변성을 집요하리만큼 냉혹하게 담아 낸다.

이 작품은 오래된 연인에서 결혼 3년차 부부로 살아가는 주인공과 조건에 맞춰 결혼해 인생의 무미건조함을 느끼는 부부 두 쌍의 엇갈린 사랑을 그리고 있다. 한 순간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감정에 각각의 부부는 불륜을 저지르는 가해자이자 동시에 배우자의 불륜을 모르는 피해자가 된다. 친구 같은 남편, 매력적인 아내, 풍요로운 삶 등 번지르르한 포장 뒤에 숨겨진 검은 욕망이 꿈틀대는 결혼 생활의 단상이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이와 달리 '내 생애 최악의 남자'(SBS 28일 0시 55분)는 친구에서 부부의 연을 맺은 한 커플의 '시련'을 코믹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결혼은 '선택'의 문제다. 많은 이들이 시험 문제 풀 듯 고심을 거듭해 배우자를 선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주인공은 10년 우정을 버린고 결혼을 '선택'한 그들의 어리석음을 한탄한다. 신혼여행 후 그들 앞에 갑자기 나타난 이상형의 남녀, 그리고 이어지는 갈등과 불화. 실현 불가능한 설정에 비해 이들 부부가 풀어내는 결혼의 일상은 잔인하리만큼 현실적이다.

◆'복서'와 '깡패'가 주먹을 휘두르는 이유는?

정답은 '돈' 때문이다. '한강 르네상스'를 꿈꾸며 뉴타운 건설을 추진 중인 21세기 한국에서도, 경제 대공황으로 대량 실업이 발생한 1930년대 미국에서도 빈곤은 주먹을 불러왔다. 단, 한국 정부는 주먹을 휘두르는 이들을 경찰 특공대로 깔끔하게 진압하는(?) 리얼 버라이어티 쇼를 보여준 차이밖에 없다.

한국형 느와르인 '우아한 세계'(KBS2 27일 0시 5분)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주먹을 휘둘러야 하는 조직폭력배 강인구(송강호 분)를 그린 작품이다. 강인구는 기존의 폼생폼사 깡패가 아니다. 그는 딸린 처자식을 위해서라면 벌레만도 못한 대접을 견뎌내는 우직한 인물이다. 공기 좋은 전원주택에서 가족들과 우아하게 살고 싶은 소망을 위해 조직 일과 아빠 역할을 병행한다. 하지만 결과는 번번이 실패다. 인생지사 새옹지마라 했던가. 결국 그는 큰 돈을 벌어 가족을 캐나다로 보낸다. 기러기 아빠가 된 강인구는 눈물 젖은 라면을 곱씹으며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삼켜낸다.

미국 대공황 시절, 가족에게 닥친 혹독한 가난에 링 위에 다시 선 비운의 복서 '짐 브래독'을 그린 '신데렐라 맨'(EBS 오후 11시 10분) 역시 생계를 위해 주먹을 휘두른 경우다. 짐은 수년 전 부상으로 복싱을 포기한 프로복서 출신이다. 하지만 우유에 물을 섞어 마셔야 할 만큼 궁핍한 생활이 이어지자 온전치 못한 몸으로 링 위에 다시 선다. 독기를 품은 그는 곧 '연승행진'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다. 뉴욕인들은 그에게 '신데렐라 맨'이란 별명을 붙여준다. 동화 속 이야기를 현실로 옮긴 그에게 바쳐진 찬사다. 하지만 곧 그는 생의 마지막이 될 경기와 마주한다. 링 위에 선 그의 눈 앞엔 가족 외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40년 전, 흑인의 가능성을 점치다?

올해 설날 특선 영화 중 가장 이목을 끄는 작품은 1967년 노만 주이슨 감독의 '밤의 열기 속으로'(EBS 24일 오후 10시 10분)다. 2009년 미 역사상 처음으로 흑인 대통령을 배출한 미국의 저력을 미리 점친 작품이기도 하다. 주인공 버질 팁스(시드니 포이티어)는 살인 현장 인근에 있었다는 이유로 용의자로 지목 받는다. 하지만 심문 중 그는 필라델피아 강력계 형사임이 밝혀진다. 검거 과정에서 그는 '흑인'이라는 이유로 공권력에 저항하지 못했다. 이를 계기로 우연히 살인사건을 접한 버질은 본격적으로 살인 사건 수사를 돕게 된다. 인종차별 정서가 강하게 남은 남부지방에서 수사는 만만치 않다. 공정하고 과학적인 수사로 그는 곧 동료들의 인정을 받기 시작한다. 백인 형사로 버질과 함께 수사관으로 분한 빌 길레스피(로드 스타이거) 역시 그에게 동화된다. 결국 그는 '흑인'이란 인종이 아닌 '형사'로서 진가를 발휘한다. 40년 전 개봉 당시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킨 이 작품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까지 논란이 일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나란히 후보에 올랐지만 주인공이 아닌 백인 형사역을 맡은 로드 스타이거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것이다. 그 후 이 영화는 두 편의 속편이 더 만들어졌고 시드니 포이티어는 버질 팁스라는 이름으로 똑같이 출연한다.

◆김지운 감독이 선택한 원작은?

한국형 서부 활극으로 인기몰이 했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원작, '석양의 무법자'(EBS 25일 오후 10시 10분)가 설 연휴 기간 안방극장을 찾는다.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1966년 작품인 '석양의 무법자'는 원제가 'The Good, The Bad, The Ugly'로 김지운 감독이 서부 영화의 바이블로 삼은 작품이기도 하다.

이 작품 역시 '돈'을 좇는 3명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다. 현상수배범 투코(엘리 왈라치)와 지독한 악당 엔젤 아이스(리반 클리프), 현상금 사냥꾼(클린트 이스트우드)이 남북전쟁 당시 현상금을 좇으며 거금 20만달러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들은 남북 전쟁의 이념이나 생의 연민, 전쟁의 비참함 등엔 관심이 없다. 오로지 돈만 좇을 뿐이다. 돈이 매장된 장소를 차지하기 위해 유일한 길인 다리를 폭파하거나 의뢰인을 쏴 죽이는 등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다. 20만달러를 놓고 벌어지는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43년이 지난 현재까지 리얼리티를 담보하며 인간의 물욕을 드러낸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23일(금)

럭키 넘버 슬레븐 KBS1 24일 0시50분

(HD)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 KBS2 오후 11시5분

(HD)야수 MBC 24일 오전 1시

▶24일(토)

달은 어디에 떠있는가 KBS1 25일 오전 1시5분

(HD)동갑내기 과외하기2 KBS2 25일 0시10분

(HD)조폭 마누라3 MBC 25일 0시25분

(HD)그놈 목소리 SBS 오후 11시

(HD)밤의 열기 속으로 EBS 오후 10시10분

▶25일(일)

(HD)피터팬의 공식 KBS1 26일 오전 1시15분

(HD)마다가스카 KBS2 오전 8시

(HD)못 말리는 결혼 KBS2 26일 0시10분

(HD)무방비도시 MBC 26일 0시10분

(HD)복면달호 SBS 낮 12시10분

(HD)식객 SBS 오후 11시

(HD)아일랜드 SBS 26일 오전 1시5분

쿨러닝 EBS 오후 2시40분

(HD)석양의 무법자 EBS 오후 10시10분

▶26일(월)

(HD)원스 어폰 어 타임 KBS2 오전 11시45분

(HD)우아한 세계 KBS2 27일 0시5분

(HD)본 슈프리머시 MBC 27일 0시35분

(HD)이장과 군수 SBS 오전 10시35분

(HD)바르게 살자 SBS 오후 9시40분

(HD)늑대의 유혹 SBS 27일 오전 1시

(HD)골드 마운틴 EBS 오후 11시10분

▶27일(화)

미워도 다시 한번 KBS1 28일 0시25분

(HD)권순분여사 납치사건 KBS2 오전 10시25분

(HD)극락도 살인 사건 KBS2 28일 0시15분

(HD)본 얼티메이텀 MBC 오후 11시5분

(HD)마파도2 SBS 오전 10시25분

(HD)우리생애최고의 순간 SBS 오후 9시40분

(HD)내 생애 최악의 남자 SBS 28일 0시55분

(HD)신데렐라 맨 EBS 오후 11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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