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상을 이분법으로 나누기를 싫어한다. 사람 또한 착한 사람, 나쁜 사람으로 구분하는 것을 싫어한다. 조금 더 가지고 배운 사람이 자기 일을 하면서 주위에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된다고 생각한다.
남을 위한 봉사 또한 자기의 모든 것을 바치는 것이 최상이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해야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자기의 가진 시간, 능력 중 1%만이라도, 지속적이지 않더라도 한순간이라도 희생한다면 의미 있다고 여긴다. 주위 사람들에게 어떤 일을 하자고 제안했을 때 가장 많이 듣는 소리가 아직 남을 도울 형편이 못된다, 너무 바빠서 아직 안 된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하지만 남을 돕는 일은 사실은 돈,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관심의 문제다.
박석순 부지점장을 만난 것은 10년 전, 의사-환자로 만났다. 단순히 검진만 하고 가는 다른 환자들과는 달리 내가 그 당시 하던 매 맞는 여성, 호스피스 문제에 대해 관심을 기울였다. 그리고 은행에 근무하는 여직원 모임이 회비의 일정 부분을 기부하려고 하는데 적당한 곳을 찾아달라고 했다. 그냥 받기는 뭐해서 여직원 모임에 초청 강사로 내가 갔고 강사료 명목으로 기부금을 받은 것이 첫 인연이었다.
그 인연이 벌써 10년이 되었다. 그리고 박 부지점장의 모습을 여러 곳에서 자주 접하게 되었다. 은행에서 간부직을, 그것도 여성이 맡고 있다는 것은 밤늦게까지 조금의 여유 시간이 없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박 부지점장은 그런 조건하에서도 도움이 필요한 곳에 어김없이 얼굴을 드러낸다. 본인은 큰일이 아니라고 하지만 가정을 갖고, 한창 공부하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사회 그늘진 곳까지 신경 쓰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박 부지점장은 고객 중에서도 봉사에 뜻이 있는 사람이 있으면 그런 곳을 소개하기도 하고, 거꾸로 도와야 할 곳이 있으면 사내 봉사 조직을 움직여 도움을 주기도 한다. 그런 노력들로 인해 사내에서나 봉사 단체에서 여러 상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한때 대구가 싫어 떠나고 싶어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아니다. 작지만 의미 있는 일을 하는 박 부지점장과 같은 사람을 많이 만나기 때문이다.
임재양 외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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