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수·설거지 어떡해" 대구 곳곳 1주일째 수돗물 안나와

"다이옥산 때문에 마시는 물이야 사 먹는다 칩시다. 샤워, 설거지는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대구 남구 봉덕1동의 다가구주택에 사는 정모(69)씨는 벌써 일주일째 수돗물이 나오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 오전에 잠깐 수돗물이 나올 때 물을 받아놓지만 그마저도 곧 끊긴다. 세입자들의 원성을 견디다 못한 그는 관공서에 연거푸 전화를 하니 22일에야 대구시상수도본부 직원들이 찾아왔다. 정씨는 "'공무원들이 3, 4일 더 있으면 물이 나올 것'이란 말만 하고 돌아가더라"며 "시장실, 상수도본부 등에 전화했지만 책임 있게 말해주는 곳이 없어 더 화가 났다"고 말했다.

1,4 다이옥산 사태 이후 정씨처럼 수돗물 수압이 약해지거나 아예 물이 나오지 않는 가구가 대구 곳곳에 속출하고 있다. 이는 대구시가 낙동강 다이옥산 농도가 높아지자 매곡·두류정수장을 통해 낙동강 물을 공급받는 중·서·남구 지역의 급수구역을 고산·가창·공산정수장으로 조정하면서 수압이 급격히 낮아진 때문으로 파악되고 있다.

현재 수돗물 중단 신고가 접수된 지역은 남구 봉덕동과 중구 대봉2동, 삼덕 2가, 서구 비산 4동 등 고지대 주택과 고층빌딩 사무실 등이다. 이 같은 고통에 시달리는 주택·빌딩·상가가 수백여곳에 달한다. 다이옥산을 피하려다 수돗물 자체가 나오지 않아 곤란을 겪고 있는 경우다.

이 같은 현상은 각 정수장 위치의 높낮이에 따라 수압차가 발생할 수 있는데다 수돗물을 공급하는 거리가 평소보다 멀어지면서 관로 손실 등의 이유로 수압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상수도본부 측은 분석하고 있다.

상수도본부 배수과 관계자는 "요즘은 옥상 물탱크를 설치하는 건물들이 거의 없어 수돗물이 나오지 않으면 큰 불편을 느끼게 된다"며 "신고가 접수되는 대로 불편 사항을 파악해 급수구역 조정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수도본부 측은 다이옥산 농도가 다소 떨어짐에 따라 중구, 남구, 서구 일부 지역에 대해서는 22일 오후부터 다시 급수구역을 조정해 시민들의 불편을 줄일 계획이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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