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낙동강 오염 언제까지] (상)되풀이 되는 사고

땜질식 처방 '악순환' 불러

'이대로 놔둬도 되는가.'

250만 대구시민 중 200만명이 식수로 사용하고 있는 낙동강. 하지만 강은 페놀에서부터 벤젠, 톨루엔, 다이옥산까지 각종 화학 유해물질이 흘러드는 수질오염사고의 종합판이다.

1991년 3월 페놀 사태 이후 1994년의 벤젠·톨루엔 검출 사건, 2004년의 1,4-다이옥산 사태, 2006년 7월의 퍼클로레이트 검출…. 낙동강 수질오염 사고는 잊을 만하면 반복돼 왔다. 그러나 수질당국의 땜질식 처방 속에 시민들의 수돗물 불신은 높아만 갔다. 당국의 소극적이고 땜질식 대처 때문이다. 이제는 시민들의 식수 안전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18년 반복된 즉흥 처방=1991년 3월 발생한 페놀 사태는 두산전자 구미공장에서 30여t의 페놀 원액을 낙동강으로 유출하면서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대구를 비롯한 낙동강 수계 1천만명의 주민들이 악취로 인한 구토와 두통 등의 증세로 인해 수돗물을 제대로 마시지 못했다.

사고 직후 대구시와 경북도 등 관련 지자체들은 구미공단 오염업체에 대한 배출원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2004년 6월 대구시가 세계보건기구 권고치(50㎍/L)의 3, 4배를 넘어선 173.7㎍/L, 217.6㎍/L의 다이옥산이 2001년 2월과 2002년 4월 두차례에 걸쳐 검출된 사고를 시민들에게 숨겨온 사실이 드러났다. 뒤늦게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구미·김천공단의 업체들이 어떤 유해물질을 물에 흘려보낼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고 개탄했다. 그후 시와 환경부는 구미공단 입주업체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 다이옥산을 배출하는 9개 합섬업체를 밝혀내고 확실한 관리를 장담했다.

하지만 이 약속은 몇 달 지나지 않아 2004년 11월 낙동강 본류 왜관철교 지점에서 권고치를 초과한 67.1㎍/L의 다이옥산이 검출되면서 허무하게 깨졌고 2009년 1월 또다시 반복되고 있는 중이다.

◆준비도, 의지도 없었다=2004년 다이옥산 사건 발생 5년이 지나도록 환경부는 여전히 '자율규제'에만 매달린 채 배출업소에 대한 관리조차 손을 놓고 있다. 2004년 다이옥산 사태 발생시 시민단체 등 각계 전문가들이 나서 '배출량 규제를 도입할 것'을 요구했지만, 외국에도 배출허용기준을 도입한 사례가 없고 합섬업체들이 처리기술을 개발 중이라는 이유로 배출량 규제에 난색을 표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업체들은 배출량을 초과해도 아무런 제재조차 받지 않고 있다. 2004년 9월 수질관리 협약을 체결한 구미·김천 지역의 합섬업체들이 지금까지 협약기준을 위반한 사례가 72회. 2004년 15회, 2005년 40회, 2006년 6회, 2007년 7회, 2008년 4회 등에 이른다.

경북도 관계자는 "자율 협약으로 맺어진 기준이기 때문에 사실 업체가 배출량을 초과하더라도 개선권고를 할 수 있을 뿐, 고발이나 벌금부과 같은 강제 이행 장치가 없다. 환경부에 법적 규제 마련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지금까지 묵묵부답"이라는 답답한 얘기만 되풀이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유사한 사태가 되풀이돼야 법적 규제 도입을 검토할 수 있지만 유독 낙동강에서만 발생하고 있는 사안이라 '법안 마련의 입법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게 환경부의 입장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환경부에 여러 차례 배출 규제책 마련을 요구했지만 이리저리 회피만 했다"고 했다. 이처럼 환경부와 대구시가 대응책 마련에 소홀한 사이에 대구 시민들은 여전히 다이옥산 등 각종 유해물질의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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