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낮에 함께 윷놀이 했는데…" 충격의 독도

▲ 지난 26일 설날 아침 독도경비대 합동 차례에서 이상기(왼쪽) 경사가 술을 따르고 있다.
▲ 지난 26일 설날 아침 독도경비대 합동 차례에서 이상기(왼쪽) 경사가 술을 따르고 있다.

설 연휴 마지막날 독도가 넋을 잃었다. 설날 아침 함께 차례를 지내고 팔씨름과 윷놀이했는데 밤새 경찰관 1명이 실종됐다. 섬 밖으로 나갈 수도 들어올 수도 없는 동해 한복판 독도에서 흔적없이 사라져버린 이상기(30) 경사. 경비대원뿐 아니라 독도 근무자 모두 이틀째 정신을 놓고 있다.

독도경비대는 즉각 대원들을 소집해 등대와 발전실·조수시설 등 동도 내 각 시설물에 대한 수색에 나섰다. 경북경찰청도 해양경찰청의 경비정과 헬기의 협조를 받아 광역 수색작업에 다시 돌입했다.

해경도 27일 오전 10시쯤부터 헬기까지 투입해 하루종일 독도 상공을 누비며 섬 곳곳과 해상을 수색했다. 또 5천t급 경비정은 독도 15㎞ 외곽을 동심원상으로 돌며 실종자 찾기에 주력하는 한편 수중탐사 요원을 태운 쾌속정을 투입, 바다 속을 샅샅이 뒤지다가 날이 어두워지자 철수했으며, 28일 동이 트자마자 다시 바다로 향했다.

밤잠까지 설치며 이틀 동안의 수색작업에 파김치가 된 경비대 조동훈(22) 상경은 "막내 동생 같은 우리와 함께 탁구를 쳐서 진 뒤 우리를 업어주기도 했던 통신반장님이 갑자기 사라졌다니 믿을 수 없다"며 "부디 웃으며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걱정했다.

여리고 착한 심성의 이 경사는 말을 할 때 언제나 조용조용했지만 지난 휴무기간 동안 뭍에 나갔을 때는 장모님에게 용돈으로 쓰시라며 10만원을 쥐어 줄 만큼 사려도 깊었다는 게 동료들의 평이다. 그는 또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보고 지나치지 않았던 사람으로, 부산에서 의무경찰로 근무하던 2001년 1월 부산 한 주택가에서 발생한 화재사고 때 무작정 불속으로 뛰어들어 하반신이 불편한 한 장애인을 구출해 청룡봉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공로로 이 경사는 그해 경찰에 특채됐다.

함께 근무한 박병언(35) 독도경비대장은 "누구나 이 경사를 만나본 사람은 금방 알 수 있겠지만 다른 사람한테 폐를 끼칠 사람이 못 된다"며 "아직도 이 경사의 밝은 웃음소리가 귀에 쟁쟁하다"며 고개를 떨구었다.

독도에서 전충진기자 cjje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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