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생선도 못 만지던 中처녀, 차례상도 거뜬한 한국 며느리로

▲ 시어머니 김남이(96.아래)씨의 머리를 다듬고 있는 중국 출신 이주여성 종부 윤계화씨.
▲ 시어머니 김남이(96.아래)씨의 머리를 다듬고 있는 중국 출신 이주여성 종부 윤계화씨.

"중국에서 경상도로 갓 시집왔을 때만 해도 설날이 되면 고향생각에 눈시울을 붉혔지만 이젠 친정보다 경산 신방 골짝이 더 편안하게 느껴집니다."

한국의 종갓집 신랑과 결혼한 중국 흑룡강성 조선족 출신 종부가 96세 시어머니를 모시고 정성을 다해 설 차례를 지내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경산 남천면 신방리에서 시어머니와 남편, 자녀 2명과 함께 화목한 가정을 꾸려가고 있는 달성 서씨 현감공파 남천 입향조 9대 종부 윤계화(41)씨.

윤씨는 결혼 전 중국에 있을 땐 제사가 없어 친지들과 만두나 떡을 나눠 먹었지만, 한국 종갓집의 설날엔 차례상 차리기와 손님맞이로 하루 종일 눈코 뜰 새 없었다고 한다. 명절 외에도 1년에 6번 제사를 모신다는 윤씨는 1994년 결혼 직후엔 생선을 토막내 다듬을 정도로 아무것도 몰랐지만 지금은 혼자서도 종갓집 차례상을 척척 차려낸다.

특히 종갓집 어른들이 모두 모이는 기제사 땐 한달 전부터 재래시장에 들러 제수 하나하나를 마련하며 조상 모시기에 정성을 다한다고 한다. 윤씨는 종갓집 살림살이에도 억척이다. 넉넉지 않은 땅뙈기에 농사를 짓는 남편을 돕기 위해 다문화가족 한글지도사 교육을 받은 뒤 결혼이주여성들에게 우리말과 글을 가르치며 한국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결혼 후 15년 동안 친정을 2번 다녀온 윤씨는 경산 남천에서 중국 출신 결혼이주여성 13명과 3개월에 1번씩 모임을 통해 이야기 꽃을 피우며 정을 나누고 있다. 극진한 시어머니 봉양으로 종갓집 효부로 알려진 윤씨는 지난해 10월 '노인의 날'에는 경산시장 표창을 받기도 했다.

경산·민병곤기자 min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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