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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영화 '워낭소리' 두 주인공 화제모아

▲ 영화 \
▲ 영화 \'워낭소리\'의 한 장면. 소달구지를 타고 집으로 가는 최원균 할아버지.

'평생 땅을 지키며 살아온 농부에게 30년을 부려온 소 한 마리가 있다. 이 소는 노인의 가장 가까운 친구이며, 최고의 일꾼이고, 유일한 자가용이다. 귀가 잘 안 들리는 노인이지만 희미한 소의 워낭소리는 귀신같이 듣고, 한쪽 다리가 불편하면서도 소 먹일 풀을 베기 위해 매일 산을 오른다. 소에게 해가 될까 논에 농약을 치지 않는 고집쟁이기도 하다. 소 또한 제대로 서지도 못하면서 노인이 고삐를 잡으면 산같은 나뭇짐도 마다않고 나른다. 그러던 어느 해 봄, 노인은 수의사로부터 소가 올해를 넘길 수 없을 거라는 선고를 듣는다….'

팔순 노인과 마흔살 소가 나눈 우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가 세간의 이목을 끌면서 촬영지인 봉화 상운면 하눌리 산골마을도 뜨고 있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7일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인 최원균(81) 할아버지가 사는 농막을 찾았다.

처마끝에 매달아 놓은 워낭(소의 턱 밑에 다는 작은 종)이 시나브로 불어오는 바람에 "딸랑~딸랑~" 몸을 흔들며 소리를 내고 있었다. 최 노인은 마당 한가운데 모닥불을 피워놓고 내년 봄 고추밭에 세울 지주목을 다듬느라 여념이 없었다.

설을 쇠러 집에 온 아들 영두(56·봉화인터넷고교 교사)씨는 "아버지가 연세가 많아 거동이 불편한데다 잔귀가 멀어 사람 만나는 걸 싫어하신다"며 "아버지가 장날 봉화읍에 갔다가 술에 취해 달구지에 기대 자고 있으면 혼자 5㎞나 되는 집을 찾아오곤 했다"고 소에 얽힌 이야기를 전했다. 부인 이삼순(78) 할머니는 "2006년 12월 소가 죽자 30만원을 들여 장례를 치렀다"며 "코뚜레와 워낭을 떼어주고 저승 가서는 일하지 말고 편하게 살라고 빌었다"고 했다.

"죽은 소가 생각나지 않느냐"는 질문에 뒤늦게 말문을 연 할아버지는 "왜 생각이 안나? 얼마나 정이 들었는데, 청량사 절에 가서 불공도 올렸어. 나를 위해 살다갔는데, 잘 해주지 못해서 미안할 뿐이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웃조차 없는 이곳에는 노부부만 살 뿐, 9남매 모두 출가해 타지에 살고 있어 가족이래야 말못하는 소뿐이었다. 처마에 걸린 워낭이 '사람은 가끔 마음을 주지만, 소는 언제나 전부를 바친다'라고 말해주듯 메아리가 되어 울렸다.

봉화·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영화 '워낭소리'=이충렬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는 평생 땅을 지키며 살아온 농부 최원균씨 내외와 그들 곁을 30년간 지켜온 늙은 소의 동행을 담은 작품이다. 2005년 2월부터 2008년 5월까지 찍었다. 지난해 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 피프 메세나상(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받았다. 또 25일까지 열린 2009 선댄스영화제 상영작 118편 가운데 다큐멘터리 국제경쟁부문에 포함됐다. 지난 15일 전국 7개관에서 개봉한 뒤 관객의 심경을 울리는 내용에 힘입어 20여개관으로 확대 상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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