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를 지으면서 내가 노력을 조금만 더 하면 남을 도울 수 있다는 생각일 뿐입니다."
상주시 낙동면 낙동리 유영일(48)·현남순(45)씨 부부. 고향에서 비닐하우스 농사로 살아가는 이들 부부는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남을 돕고 사는 생활을 몸에 익히고 있다.
설을 코앞에 둔 지난 24일. 이들은 비닐하우스 속에서 라디오 소리를 들으며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요즘은 수박 접붙이는 시기다. 그래서 수박모종 돌보기에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농사를 지어서 큰 재미는 못 보지만 그래도 내가 열심히만 하면 흙은 결코 배반하지는 않지요." 이들 부부는 농사일을 즐겁게 하고 있다. 무던한 성격의 남편에 활달한 성격의 부인의 내조가 비닐하우스의 분위기를 밝게 만든다. 낙동면 낙동리 들판에 지은 비닐하우스는 모두 19동. 이들 부부는 이곳에서 연중 수박과 오이, 호박을 제철별로 번갈아 생산해 낸다.
이처럼 연중 농사일에 매달리면서도 이들 부부는 특별한 일을 한다. 가을이 되면 비닐하우스 2동에 별도로 김장용 배추농사를 짓는다. 배추는 시장에 판매할 것이 아니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배추는 모두 불우이웃들을 위한 것이다. 낙동면 생활개선회 회장인 부인 현남순씨는 12월이면 불우이웃들을 위한 '사랑나눔 김장' 행사를 하면서 자신이 직접 농사를 지은 배추를 제공한다. 지난해 말에도 400포기로 김장을 해서 홀몸노인 등 불우이웃들에게 나눠줬다.
설 명절이 되면 농사지은 쌀 몇가마니도 아깝지 않게 내놓는다. 올해는 80㎏들이 3가마니로 가래떡을 만들어 홀몸노인 50가구와 노인요양시설인 하늘지기, 은광마을, 희망세상(사벌면) 등에 전달했다.
이 같은 일은 이들 부부가 몇해 전부터 일상적으로 해오고 있는 자연스런 생활의 일부다.
상주 냉림복지관 임경숙(독거노인관리사)씨는 "수년째 이들 부부를 지켜봤지만 불우한 이웃을 돕는 마음은 몸에 밴 것 같다"고 말했다.
세상과 단절(?)된 비닐하우스에서 생활하는 이들 부부의 마음은 인정이 메마른 세상에 사랑을 전하는 메신저가 되고 있다. 상주·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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