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헬스클럽에 스카이라운지까지…' 호텔 뺨치는 기숙사

대학 기숙사 '고급화 경쟁' 파격 변신

▲ 대학 기숙사가 최첨단 시설을 갖추는 등 화려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영남대는 154억여원을 투입한 향토생활관을 내달 오픈한다.
▲ 대학 기숙사가 최첨단 시설을 갖추는 등 화려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영남대는 154억여원을 투입한 향토생활관을 내달 오픈한다.
▲ 경북대 기숙사에는 손혈관 인식기라는 시스템이 등장했다.
▲ 경북대 기숙사에는 손혈관 인식기라는 시스템이 등장했다.
▲ 계명대 국제학숙동 헬스클럽.
▲ 계명대 국제학숙동 헬스클럽.
▲ 대구가톨릭대 글로벌 기숙사 다솜마을.
▲ 대구가톨릭대 글로벌 기숙사 다솜마을.

공동 목욕탕, 시간제 온수 및 냉난방, 닭장 같은 방…. 1990년 초반까지만 해도 대학 기숙사를 떠올리면 이런 것들이 생각날 듯. 하지만 21세기 신세대 대학생들이 사는 기숙사는 차원이 다르다.

24시간 냉난방 시스템 완비, 화장실 비데에서부터 스카이라운지, 피트니스클럽, 대강당, 세미나실, 어학실습실까지 온갖 위락·편의시설을 갖춘 만능공간으로 탈바꿈한 것. 대학들이 우수 신입생 유치를 위해 시설 고급화 경쟁에 나선 결과이다.

◆여기 기숙사 맞아?

지난 22일 찾은 개관을 한 달 앞둔 영남대 향토생활관은 "이곳이 대학 기숙사가 맞나?"라는 물음부터 던지게 했다. 대기업 연수원을 연상시키는 듯한 건물 외관에서부터 디지털 도어록이 설치된 오피스텔을 닮은 현대식 방들까지, 대학 기숙사의 변신은 파격적이었다.

2인 1실인 33㎡(10평) 남짓한 방에는 24시간 냉난방 시스템이 가동되고 인터넷 전용선과 샤워실이 딸린 개별 화장실까지, 솔직히 집보다 시설이 더 좋았다. 여기에 15층 맨 꼭대기에는 기숙사 친구들과 함께 오락 및 여가활동을 할 수 있도록 스카이라운지와 세미나실, 동아리 활동실까지 마련돼 있는 등 학교의 배려가 놀라웠다.

고속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도착한 지하 1층에서도 놀라움은 이어졌다. 각종 공연은 물론 오리엔테이션과 특강, 영화관람 등의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250석 규모의 대강당이 있는 것.

이 대학 서정규 천마생활관 행정실장은 "학생들의 삶의 질이 갈수록 높아지다 보니 기숙사 시설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얼마 전에는 화장실에 비데를 설치해 달라는 학생들의 요구가 많아 1차적으로 여학생동에 일부 설치를 했으며,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2006년 완공한 경북대 향토생활관은 아예 99㎡(30평) 규모의 아파트형으로 지었다. 방 3개에 6명이 함께 사용하는 이 기숙사에는 응접실·화장실·빨래실 등이 있어 학생들의 편의를 최대한 보장했다. 특히 경북대 기숙사에는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손혈관 인식기까지 등장하는 등 최첨단을 달리고 있다.

이 대학 박남철 생활관 행정실장은 "기숙사 입구에 카드를 이용해 출입하는 시스템이 있을 때는 카드 분실에 따른 불편이 커 지문확인 시스템보다 개인정보 유출이 덜한 손혈관 시스템으로 바꾸게 됐다"며 "특히 임대형 민자사업(BTL)으로 올해 완공을 목표로 건립하고 있는 새 기숙사에는 모든 화장실에 비데가 설치되는 등 시설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대학 기숙사 시설도 화려하기는 마찬가지. 2005년 완공한 계명대 국제학숙동에는 167실의 호텔급 게스트하우스를 비롯해 방별 에어컨 및 발코니, 멀티미디어실, 시네마룸, 스터디룸, 별도의 주차공간, 헬스클럽 등의 시설이 들어서 있다. 대구대 기숙사인 비호생활관에는 1인 1실의 방까지 등장해 학생들의 학습여건을 최대한 보장하고 있다.

◆다목적 공간으로 활용…

요즘 대학의 기숙사는 단순한 숙소의 개념을 넘어선다. 영재교육이나 외국어 캠프, 인성교육 등의 다목적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

4만3천㎡(1만3천평)의 대지 위에 자연환경과 조화롭게 조성된 6개의 생활관에 2천600명이 생활하고 있는 대구가톨릭대 기숙사 다솜마을은 학생들의 숙박뿐 아니라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는 외국어교육 메카로서의 기능까지 담당하는 글로벌 기숙사다.

이 중 63실의 숙박시설과 12개의 강의실을 갖춘 '아마레홀'은 외국어 전용 교육관. 이곳에는 원어민 교수와 함께 미국과 중국에 진출할 해외복수학위 장학생들이 상주하며 글로벌 인재가 되기 위한 수양에 쉴 틈이 없다.

특히 지난 2003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기숙사 장단기 외국어연수 프로그램은 '입주 경쟁'이 벌어질 정도로 단연 인기다. 매년 200여명의 학생들을 교육한 이 프로그램은 해외어학연수 못지 않게 어학실력이 향상되는 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로부터 인기가 높은 것. 출석률이 75% 미만이면 즉시 퇴사해야 하며, 종합평가 점수도 80점이 안 되면 수료증을 받지 못한다.

계명대 외국어전용 기숙사는 이미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해에 영어 전용 기숙사인 '켈리하우스'가 탄생했다. 외국에 나가지 않고도 원어민 수준의 어학실력을 향상시키자는 의도에서다.

180명이 생활하는 이곳에는 외국인 교수 6명이 전담해 자연스럽게 영어공부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몰입식 영어교육과 전담 외국인 교수와의 눈높이에 맞는 고품격 영어교육을 통해 이후부터 매년 외국교환학생 선발시험 합격자의 90% 이상이 켈리하우스 출신일 정도로 그 효과를 입증했다.

이곳에서 생활하는 김민걸(22)씨는 "이곳에서는 '잠꼬대도 영어로 해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영어만 사용하도록 돼 있다"며 "꼭 외국의 대학에서 생활하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어학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켈리하우스에 대한 반응이 좋자 대학은 이듬해에는 중국어 전용 기숙사인 '클릭하우스'를, 2004년에는 일본어 전용 기숙사인 '지쿠하우스'를 각각 30명 규모로 설립했다.

대구대도 2007년 3월부터 기숙사 영어 특별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P-SET'이라고 불리는 이 프로그램은 기숙사에 입사하는 학생은 의무적으로 수강해야 한다. 학기별 출석률에 따라 수강료의 전액 또는 일부를 장학금으로 지원한다. 또 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한 학생 중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는 다음해 기숙사 입사 우선권을 제공하고, 기숙사의 해외 단기 연수 프로그램 지원시 가산점을 부여한다.

◆최신식 기숙사 건립 붐…

내달 신학기를 앞두고 영남대는 향토생활관을 새로 신축했다. 2007년 4월 착공해 지자체 출연금을 포함, 모두 154억여원의 공사비가 투입됐다.

경산캠퍼스 내 생활관 서편 연면적 1만7천495㎡에 지하 1층, 지상 15층 규모로 남녀 학생동 등 3개 동으로 구성된 영남대 향토생활관은 올 1학기에 780명의 지역 인재들이 처음으로 입주한다. 이곳에는 독서실, 휴식공간, 대강당, 스카이라운지, 문화공간, 세미나실, 회의실, 컴퓨터실, 통신실 등 학생들을 위한 온갖 위락 및 편의시설들을 고루 갖췄다.

대구대도 올 초 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최신식 기숙사인 '신애 5호관'을 개관했다. 개별 냉난방 시설은 기본이며, 샤워시설을 완비한 개인 화장실, 여가 공간, 초고속 인터넷망, 멀티미디어 세미나실, 기숙사 전용 도서관, 체력 단련실 등을 완비해 학생들의 학습지원에 나섰다.

대학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경북도내 지자체와의 협약을 체결한 최신식 향토생활관을 건립할 예정이다. 2011년 3월 문을 열 계획인 향토생활관은 350명을 수용할 예정이며, 시설은 지역 최고로 만들 계획이라고 대학 관계자는 말했다.

이처럼 대학들이 최신식 기숙사 건립에 잇따라 나서는 이유는 대학들이 특화된 기숙사를 학생유치 전략으로 앞세워 시설 고급화 경쟁에 나섰기 때문이다.

경북대는 지난 2006년 3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향토생활관을 완공한 데 이어 올해 완공 목표로 1천8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지상 8~10층 규모의 기숙사 건물 4개 동을 임대형 민자사업(BTL) 방식으로 건립 중에 있다.

계명대는 2005년 완공한 국제학숙동 이상의 고급수준 기숙사를 추가로 설립하기 위해 10층 규모의 총 56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최신식 기숙사 공사를 하고 있다. 대구가톨릭대도 지하 1층, 지상 9층 규모로 588명을 수용할 수 있는 다솜관과 헬스장, 커피숍, 동아리방, 세미나실 등을 갖춰 기숙사 이용 학생들의 편의와 복지 증진을 위한 문화관을 내달 중에 완공해 운영할 예정이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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