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테이너(아나운서+엔터테이너)가 다시 뜬다. 한동안 연예인에게 주도권을 내줬던 아나운서들이 방송사 긴축 경영에 힘입어 예능 프로그램 MC 자리에 대거 복귀한 데다 일찌감치 방송사를 떠나 프리랜서를 선언한 선배 아나운서들은 예능뿐 아니라 드라마'영화로까지 활동 영역을 넓혀가며 신 아나테이너 전성시대를 열고 있다.
◆돌아온 아나테이너
아나테이너는 교양과 예능 프로그램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아나운서를 뜻하는 신조어다. 노현정'강수정'김성주'박지윤 등이 스타 아나테이너 계보를 이어가며 한동안 붐을 탔지만 집단 MC 체제의 예능 프로그램이 대세를 이루면서 금세 입지가 좁아졌다.
그러나 최근 경제위기로 방송사들의 프로그램 제작비가 줄어들면서 상황은 또 달라졌다. 제작비가 많이 드는 드라마를 폐지하고 상대적으로 부담이 크지 않은 예능 프로그램을 전진 배치한 데다 출연료 부담이 큰 인기 연예인 대신 값싼(?) 아나운서들을 대거 기용하기 시작한 것. 실제 KBS는 지난해 말 방송 개편에서 '체험 삶의 현장'과 '연예가 중계' 진행을 맡았던 이홍렬'김제동 대신 각각 김현욱'한석준 아나운서를 투입한 바 있다.
이 같은 신 아나테이너 시대의 선두주자로는 KBS 이지애 아나운서와 MBC 오상진 아나운서가 꼽힌다. 지난해 7월부터 '상상플러스'의 새 진행을 맡은 이지애 아나운서는 단정한 외모와는 다른 어수룩한 행동이 인기를 끌며 2008 KBS 연예대상 신인상으로 이어졌고, 깔끔한 외모와 진행으로 입사 때부터 '훈남' 칭호를 얻었던 오상진 아나운서는 MBC에서만 4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주가를 높이고 있다.
◆연기 도전
프리랜서 선언을 한 아나운서들은 예능 프로그램 진행에 그치지 않고 연기까지 도전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대구를 비롯한 9개 민방이 공동제작'방송하는 '사투리쇼 얼룩말'을 진행하며 SBS 일일드라마 '아내의 유혹'에도 출연하고 있는 오영실 전 KBS 아나운서. 지적인 이미지를 과감히 버리고 나이는 중년이지만 행동은 10대인 다소 모자란 캐릭터 '정하늘' 역을 맡아 파격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이미 연극과 뮤지컬에서 연기 실력을 검증받은 오영실은 '연기자보다 더 나은 연기'로 시청자들의 뇌리에 각인되며 30%를 오르내리는 드라마 시청률을 견인하고 있다는 평가.
배우의 꿈을 꾸는 아나테이너는 비단 오영실뿐만이 아니다. KBS '상상플러스' 진행을 맡았던 최송현 전 아나운서 또한 입사 2년 만에 회사를 나가 영화 '인사동 스캔들'을 촬영하며 스크린 데뷔를 앞두고 있다. 앞서 SBS 드라마 '식객'과 '타짜'에 깜짝 출연해 주목받았던 최송현은 이번 작품에서 극중 남자들을 유혹하는 역을 맡아 희대의 미술품 사기극을 펼치며 도발적이고 섹시한 매력의 '팜므파탈' 이미지를 선보일 예정.
이 밖에 MBC '세바퀴'와 SBS '퀴즈 육감대결'에 고정 패널로 출연하며 맹활약하고 있는 미스코리아 출신 한성주 전 SBS 아나운서도 올 상반기 방송을 목표로 하는 드라마 '탐나는도다'에 조연급으로 캐스팅이 확정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아나운서의 정체성?
그러나 아나운서의 활동 영역이 다양해지면 질수록 정체성 논란 역시 그만큼 과열되기 마련이다.
시대에 따라 방송 환경과 형태가 바뀌고 시청자들의 시각 역시 점점 달라지는 게 사실이지만 방송사 경영 전략으로 본의 아니게 엔터테이너 측면만 강조되는 세태가 만연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예인과 아나운서 간 경계가 자꾸 흐릿해지거나 연예인 쪽으로 기울어지면 아나운서의 정체성이 불분명해지는 분위기 또한 엄연한 진실. 방송사와 아나운서들은 프로그램 시청률뿐 아니라 '아나운서에게 가장 중요한 정체성은 언론인이라는 점', '연예 오락 프로그램을 진행하더라도 본연을 잊지 않아야 한다'는 시청자 비판에 좀 더 신경 써야 할 것 같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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